아프리카 조각 예술(The Arts of Africa Sculpture)/ 박재현 지음/ W미디어/ 25000원
아직은 우리에게 낯선 ‘아프리카 조각 예술’을 다룬 책이 출간됐다. 저자 박재현 경상국립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환경산림과학부 교수는 네팔 카트만두에서 우연히 접한 아프리카 조각에 반한 이래 20년 넘게 아프리카 예술품을 수집하는 컬렉터이다. 그동안 아프리카와 세계 60여 나라를 다니면서 세계 속에서 아프리카 예술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책에 따르면, 현대미술의 지평을 연 피카소는 아프리카의 조각 예술작품을 보고 “비로소 회화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당시 아프리카 조각을 보고 영감을 받은 건 피카소만이 아니라 앙리 마티스, 모딜리아니와 오늘날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자코메티, 장 미셸 바스키아, 키스 해링,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만 레이, 조지 콘도 등 현대 예술의 거장들이었다.
아프리카 조각 예술은 그 어떤 예술보다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창의적이기에 <어벤져스>, <배트맨>, <에이리언>, <베놈>, <스타워즈> 등 세계인이 사랑하는 영화 캐릭터로 차용되면서 오늘날 지구촌 문화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아프리카 예술가들은 조각의 표현에 있어 언제나 ‘인간’이라는 궁극적 목적이 있었고, 그들의 조각은 언제나 ‘인간’을 대상으로 했다. 아프리카 조각은 생명의 예술이고, 철학과 종교의 예술이며, 삶의 예술이다. 콩고 송예족의 조상상을 보면 손과 발을 비현실적으로 크게 조각했는데 그것은 ‘부지런함’을 강조하는 아프리카 조각의 특징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나태함 속에 빠져 있다거나 천성적으로 게으르다는 관념은 유럽인들이 노예무역으로 아프리카인들의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낸 소문의 결과일 뿐이다.
아프리카 바울레족 조각 연구자에 의하면, ‘좋다/아름답다’와 ‘나쁘다/못생겼다’라는 한 쌍의 문구가 아프리카 조각의 미학과 도덕적 토대를 나타낸다고 했다. ‘좋다/아름답다’라는 말은 ‘선하고, 덕이 있고, 유용하고, 올바르고, 적절하고, 잘 만들었고, 관습과 기대에 부합한다’라는 의미와 연결되며, ‘나쁘다/못생겼다’라는 말은 ‘사악하고, 추하고, 나쁘고, 악랄하고, 쓸모없고, 형편없이 만들어지고, 적합하지 않다’라는 말과 부합한다.
박 교수는 “아프리카 조각 예술에 깃들인 철학적 사상은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표현형이며, 이것이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본성을 성찰하는 계기가 된다. 그 어떤 예술보다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창의적이다. 조형과 형태, 모양, 표현이 무궁무진하며, 특정한 하나의 기본형을 가진 것 같으면서도 다른 모습으로 끊임없이 진화한다. 이로 인해 예술가들에게는 궁금증을, 일반인들에게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독특한 조형성을 맞닥뜨리게 해 호기심이 발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