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이 연이어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인들은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들은 지금 그것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국의 상황을 다뤘다.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한국의 계엄령 참사에 대한 견해: 민주주의의 등대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지난주 한국 대통령의 기괴하고 끔찍한 단기간 계엄 선포 시도가 여전히 엄청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러한 위기는 빈곤과 황폐함에서 벗어나 세계무역과 투자, 기술 흐름의 중심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드문 민주주의 성공 사례가 된 나라를 더럽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주 윤 대통령 탄핵 표결에 불참한 점을 짚으며 “국가와 국민의 이익보다 당의 이익을 앞세우는 것은 잘못된 일이며 쉽게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말로 정치생명을 유지하고 싶다면 이번 주말 2차 투표에서 탄핵을 지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도 이어졌다. 가디언은 윤 대통령의 상황에 대해 “‘레임덕’(lame duck)이 아니라 ‘데드덕’(dead duck·레임덕보다 더 심각한 권력공백 현상)”이라며 “필요한 것은 ‘퇴진로드맵’이 아니라 즉각적인 선거”라고 봤다. 가디언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진전과 우크라이나 파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 등 한국에 지정학적 문제를 비롯해 경제 불확실성, 불평등과 인구 고령화 문제 등 당면한 과제가 쌓여있다는 점을 짚으며 “신뢰할 수 있는 정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수적”이라고 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윤 대통령이 지난주 계엄령을 선포한 충격적인 결정을 격앙 상태로(angrily) 옹호하며 사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며, 그에 대한 두 번째 탄핵 시도에 탄력이 붙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약 30분간 이어진 윤 대통령의 연설이 지난 7일 첫 탄핵 투표를 앞두고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쳤다’며 사과한 2분짜리 담화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진단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도전적인 연설에서, 한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정당화했다’란 제목의 기사를 홈페이지 메인 기사로 실었다. NYT는 “윤 대통령이 야당의 탄핵 추진, 소속 정당의 퇴진 요구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단언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