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불 났는데 통쾌"…'탄핵 부결' 국힘 사진 찢으며 타오른 촛불

"열불 나서 못 견디겠어서 왔는데 아주 통쾌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12일 저녁. 국민의힘 당사 사무실 앞에는 약 6만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들이 모여 탄핵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얼굴이 새겨진 대형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지켜봤다.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 참가자들 지난 7일 국회 탄핵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 사진 현수막을 찢고 있다. 뉴시스

대국민 담화를 보고 퇴근 후 인천에서 달려왔다는 안모(55·남)씨는 추위에 옷깃을 여미면서도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안씨는 "열불 나서 집에 못 견디겠어서 왔다. 하루빨리 탄핵이 돼서 나라가 안정되고 평화가 찾아와야 한다"며 "현수막이 찢어지는 걸 보니 아주 통쾌하다. 국민을 우롱한 정당이니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서는 가수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부터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까지 젊은 세대에 익숙한 노래가 다양하게 재생됐다. 대형현수막이 찢기자 참가자들은 데이식스의 노래 '한페이지가 될 수 있게'에 맞춰 한 마음으로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흔들었다.

 

이를 지켜보던 이모(61)씨는 "퇴근하고 집회를 구경하러 왔는데 우리 때에 비해 집회 문화가 굉장히 많이 발전한 것 같다. 마치 콘서트 같다"고 감탄을 표했다.

 

대통령이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냐'며 방어 논리를 펼친 이날도 시민들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 모여 '탄핵 촛불'을 들었다. 이들은 '내란 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손에 쥐고 "헌법 유린 내란 수괴 윤석열은 퇴진하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발언에 나선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동국대 학생 이지은씨는 "오늘 담화는 뻔뻔함 그 자체였다"며 "수많은 국민 공포에 떨게 한 계엄이 망국의 위기를 알리기 위한 거라는 건가. 윤이 더는 헛소리하지 못하게 시민의 힘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고 외쳤다.

 

도경은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도 발언에 나섰다. 도씨는 "혐오와 차별, 폭력으로 시민 안전 위협한 자가 누군가. 정부 역할을 마비시킨 것도 누군가. 그 자가 또다시 본인 안위를 위해 권력 휘두를 수 있음을 선언한 바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