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된 권성동 의원이 경선 직전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중계되자 당황해하는 듯한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권 의원은 전날 오전 10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해 진행된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본관 회의실 밖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던 그는 같은 시각 생중계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모습을 접하게 됐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9시42분부터 10시11분까지 29분간 담화를 이어갔다.
공개된 현장 영상을 보면 휴대전화로 윤 대통령의 담화를 지켜본 권 의원은 “이거 봐야지 뭐. 뭐 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며 어리둥절해 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 뒤 “아이씨”라고 작게 말한 뒤 “자 핸드폰”이라며 보좌진에게 휴대전화를 넘겨줬다.
이후 원내대표 후보로 함께 출마한 김태호 의원이 다가오자 함께 대화를 나눴다. 김 의원이 “담화를 지금. 오늘 제일 중요한 날에”라고 말하자 권 의원도 “그러니까. 왜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를 다 잠식하는데”라고 웃어보였고, 권 의원은 “그러니까”라고 공감한 뒤 “당 대표도 하고 대통령도 하고 뭔 내용인지도 모르겠고”라고 덧붙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전날 오전 9시30분쯤 국회 본관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과 같은 날 윤 대통령의 담화를 함께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에) 관심이 없어지겠다”며 재차 우려를 내비쳤다.
이어 권 의원은 “(담화가) 본인이 계엄 선포에 이르게 된 과정이나 원인을 설명하는 것 아니야?”라며 “아마 안 듣고 방에 있다가 투표만 하는 의원도 많을 거야. 방에 있다가. 이게 중계가 되나? 국회방송 중계가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 취재진은 “이것도 라이브(생중계)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아 그래요?”라고 물은 뒤 “이 엄중한 시기에 서로 치고받는 토론까지 나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녹화해 공개한 대국민 담화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설명하면서 국민의힘의 ‘내년 초 자진 사퇴’ 요구를 공식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껏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주도한 세력과 범죄자 집단이 국정을 장악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일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며 “저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5선인 권 의원은 전날 국민의힘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투표 결과 참여 의원 106명 중 과반인 72표(68%)를 얻어 34표(32%)를 받은 김 의원을 꺾었다. 검사 출신인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과 대선 승리를 돕고, 정권 출범 후 첫 원내대표를 맡는 등 대표적인 ‘윤핵관’으로 꼽힌다.
한편 권 원내대표는 전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본회의장에 들어가기 직전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이에 대해 권 의원은 “(윤 대통령과) 통화한 적 없다”며 “지금은 (윤 대통령과 통화하거나 회동 등)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선 내란 사태 특별검사법안(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모두 통과됐다. 여당의 부결 당론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이탈표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