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담장 밖에는 “만세” 소리가 울려 퍼졌고, 시민들은 “국민이 이겼다”며 두 팔을 치켜들고 뛰었다.
14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초조하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과정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오후 5시쯤 우원식 국회의장이 찬성 204표로 탄핵안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하자 환호성을 질렀다. 시민들은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부름에 응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국회 앞 집회 현장엔 소녀시대가 부른 가요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졌다. 백발의 남성은 함께 온 아내의 손을 꼭 붙잡고 눈물을 글썽였다. 옆자리에 선 청년은 주먹을 쥔 오른손을 하늘로 뻗었다. 응원봉을 든 소녀들은 사람들 틈에서 서로 마주 보며 활짝 웃었다.
표결을 앞둔 12일 “마지막까지 싸우겠다”며 자기변명에 급급했던 윤 대통령의 담화가 시민들 분노에 불을 지폈다.
최현석(41)씨는 “사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윤석열은 국민을 적으로 삼았다”며 “더는 윤석열의 만행을 보지 않길 바란다. 민주주의는 지키는 자들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줬다”고 말했다.
표결이 가까워질수록 시위 현장의 긴장감은 커졌다. “이번엔 탄핵될까”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고 “오늘 안 되면 (탄핵) 어렵다”며 비장감도 감돌았다. 여당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1차 탄핵안을 부결시킨 데 이어 2차에서도 탄핵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탄핵안이 가결됐다는 선포가 전해지고서야 시민들은 “우리가 해냈다”며 활짝 웃었다. 서울역과 용산역 주요 철도역사 대합실에서 TV와 핸드폰으로 방송을 지켜보던 시민들도 가결 소식에 박수를 쳤다.
이번 탄핵 집회에선 청년들의 참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집회 지원이 돋보였다. ‘1020세대’는 촛불 대신 응원봉을 들고 음악에 맞춰 “탄핵”을 외쳤다. SNS에선 실시간 ‘화장실 지도’가 공유됐고,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구매 비용이 미리 지급된 카페·음식점 지도와 실시간 제품 재고를 알려주는 사이트도 생겼다.
김모(40)씨는 “2016년 촛불집회 때도 무료로 방석, 핫팩을 나눠주는 모습에 감동했는데 오늘도 마음이 따뜻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민정(19)씨는 “선결제 된 커피도 마셨고 부스에서 나눠주시는 방석과 귤, 닭강정, 떡도 받았다”며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으려 발 벗고 나선 시민들의 힘을 느꼈다”고 했다. 김수아(18)양은 “첫 집회인데 많은 사람이 한마음으로 주권을 표현한다는 게 신기했다”며 “익숙한 노래가 많이 나오고, 함께 구호를 외치는 것도 즐거웠다”고 했다.
시민들은 탄핵안이 통과된 만큼 이제 헌법재판소에서 “정치권력의 반헌법적 폭거를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모(34)씨는 “탄핵은 당연했고, 대통령부터 내란에 가담한 관계자들을 철저히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50대 박모씨는 “‘서울의 봄’을 지켜달라는 대학생 선언문이 기억에 남는다”며 “청년들에게 한심한 나라를 물려줘선 안 된다는 책임감을 갖고 정치권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진행된 탄핵 반대 집회에선 탄핵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에 “말도 안 된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부터 시청역까지 편도 전 차로 가득 메운 집회 참가자들은 탄핵안이 가결되자 찬성표를 던진 여당 의원들을 “배신자”라고 부르며 분개했다. 이들은 “내란 수괴는 윤 대통령이 아닌 이재명”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보수 청년단체 한 회원은 “탄핵을 가볍게 생각하는 청년들이 너무 많다”며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개인감정으로 인한 게 아니라 나라를 행정 불능으로 만들어놓은 거대 야당 때문에 일어난 결과”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