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의 주도권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저마다 수사를 주도하기 위해 볼썽사나운 다툼을 벌이고 있다. 공수처가 “조직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수사하겠다”며 그제 검찰과 경찰에 비상계엄 관련 사건을 이첩해 달라고 다시 요청했다. 지난 8일 비상계엄 사건을 이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검경이 “검토하겠다”고 할 뿐 응하지 않고 있어서다. 출범 4년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못내 ‘공수(空手)처’라는 오명을 얻은 공수처로선 이번이 존재를 증명할 호기로 여기는 듯하다.
공수처에 중복되는 사건의 이첩을 요구할 권한이 있지만 검경이 응하지 않더라도 제재할 규정은 없다. 문재인정부가 졸속으로 만든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법의 맹점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발 빠르게 구속하고 윤석열 대통령 소환을 목전에 둔 검찰, 경찰 1·2인자를 구속하고 용산 대통령실을 압수수색한 경찰이 사건을 넘겨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검찰이 경찰에 합동수사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경찰은 거부했다. 경찰은 되레 검찰을 뺀 채 공수처·국방부 조사본부와 함께 ‘공조수사본부’를 가동했다. 경찰이 그러고도 경찰청장·서울경찰청장의 구속영장을 영장 청구권이 있는 공수처가 아니라 검찰에 맡긴 건 코미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