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는 ‘12·3 비상계엄 사태’의 위헌·위법성과 내란 혐의를 두고 국회와 윤 대통령 측이 법정 공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계엄 선포와 포고령 발령,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군인 투입 등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지켰다고 볼 수 있는지, 위반했다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불법인지를 따져 파면 여부가 결정된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헌재가 전날 접수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17개 헌법 조항 위반, 8개 법률 위반 혐의가 담겼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77조 1항)이 정하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가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게 말이 되냐”며 “명백한 탄핵 사유가 된다”고 지적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도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계엄의 발동이 가장 중요한 위반 사항”이라고 했다.
비상계엄을 윤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행위로 인정할 수 있는지, 통치행위를 탄핵 사유로 삼을 수 있는지도 쟁점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12일 담화에서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이냐”며 “그 길밖에 없다고 판단해서 내린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김 교수는 “아무리 통치행위라도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이 확고한 판례”라며 “헌법 수호의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했다는 점에서 더 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출동한 계엄군이 본청 진입을 시도한 부분도 위헌·위법성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당시 군이 물리력으로 헌법상 권리인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을 막으려 했다는 게 국회 측 주장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판례도 헌법이 보장한 국회 활동을 막는 것은 형법상 내란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국회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은 내란죄 구성요건인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국회와 선관위에 군인을 투입한 목적 등에 대해선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소규모 병력만 투입했을 뿐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조지호 경찰청장,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등은 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의 진입을 막거나 무력으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어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군 주요 지휘관들이 자신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헌재 입장에서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따져본 이후에 내란죄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항변하듯 정말 국회의 권능 행사를 막으려 했다면 곧장 국회를 포위하고 장악했을 텐데 계엄 선포 시점과 발효, 군 병력 투입에 시차가 있고 해제 요구에도 즉각 응한 점도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헌재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먼저 확정한 뒤 대통령의 위반 행위가 직을 박탈할 정도의 중대성을 가지는지를 따져 파면을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