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높은 코르시카 간 교황, 미사 도중 “아이 낳으세요”

“이렇게 어린이가 많은 곳 처음 본다” 감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40분 비공개 대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요일인 15일(현지시간) 당일치기로 코르시카 섬을 방문해 섬의 중심 도시 아작시오의 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프랑스 영토이자 나폴레옹 황제의 고향으로 유명한 코르시카를 교황이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령 코르시카 섬 아작시오의 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AP 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 공항에서 출발했다가 바티칸시티 교황청으로 복귀하기까지 불과 9시간의 ‘외유’를 했다. 1936년 12월17일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교황은 이틀 뒤 88세가 된다. 최근 침실에서 넘어져 얼굴을 다치며 턱 부근에 새겨진 멍자국이 선명했지만 교황은 대체로 편안하고 활기차 보였다고 AP는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 도중 신도들이 앉아 있는 자리 한 곳을 지목하며 “나는 코르시카만큼 어린이가 많은 곳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딱 하나 예외가 있다면 동티모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지난 9월 동남아시아의 인도네시아·파푸아뉴기니·동티모르·싱가포르 4개국을 순방한 바 있다.

 

코르시카는 유럽에선 출산율이 비교적 높은 편인 프랑스에서도 출생아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 참석자들을 향해 “아이들을 낳으세요“(Make children)라며 “앞으로 여러분에게 기쁨과 위로를 선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저출생이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 초래할 위기를 경고하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신도들에게 결혼해서 자녀를 낳을 것을 권유한다. 지난 2022년 1월 교황은 미사에서 “요즘 사람들은 아이를 갖지 않거나 한 명만 갖기를 원하면서도 개와 고양이는 두 마리씩 키운다”며 “이는 이기주의의 한 형태”라고 말했다가 반려동물 애호가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등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령 코르시카 섬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바티칸시티로 복귀하기 전 공항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시티 복귀를 위해 코르시카 공항에서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약 40분간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앞서 마크롱은 화재 사고 후 5년여 만에 복구를 마친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 교황을 초청했으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교황이 이를 거절해 커다란 화제가 됐다. 교황청은 “재개관식의 주인공은 성당 그 자체”라는 이유를 들었다. 교황이 노트르담 복원이란 역사적 위업보다 더 주목을 받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호사가들은 지난여름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빚어진 ‘신성 모독’ 논란에 대해 프랑스 정부에 유감의 뜻을 표한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개막식 축하 공연 도중 ‘고대 그리스 신들이 올림포스 산에서 잔치를 벌이는 장면’이라는 해설과 함께 배우들이 독특한 의상을 입고 출연했다. 이후 해당 장면이 예수 그리스도와 그 제자들을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최후의 만찬’을 조롱한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교황청은 성명에서 “가톨릭 신자들의 정서를 불쾌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공유한다”며 “종교적 신념을 훼손하는 퍼포먼스는 부적절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