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관계 파탄 후 유책행위도 위자료 산정에 반영돼 [알아야 보이는 법(法)]

이경진 변호사의 ‘슬기로운 가정생활’

배우자 일방이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면 그 부부의 혼인관계는 사실상 파탄에 이르렀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소송을 제기한 뒤 이혼에 이르기 전에 상대방이 별개의 유책행위를 저질렀다면,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위 별개의 유책행위까지 고려해 위자료를 산정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법원의 판단은 “그렇다”입니다.{2024므11526(본소), 11533(반소), 이혼 등(본소), 재산분할 등(반소)사건}

 

○ 사실관계

 

원고는 혼인 기간 중 피고로부터 폭언과 폭행, 일방적 지시 등을 당하다가 가출해 2020년 10월쯤 피고를 상대로 이혼 소송(본소)을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피고는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가한 적이 없고, 원·피고의 혼인관계는 원고의 본소 제기 후에도 유지됐으며, 자신이 원고를 감금한 2022년 11월쯤에서야 파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습니다.

 

○ 1심과 원심의 판단

 

1심은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원고의 본소 제기 무렵 이미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 났고,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은 폭언과 폭행, 일방적 지시 등으로 원고를 부당하게 대우한 피고에게 있다고 보아 위자료 2000만원을 인정했습니다.

 

원심(2심)은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시기와 그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피고의 감금 범행은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다음에 이루어진 것으로 혼인관계 파탄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별도의 절차에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위자료 액수를 산정하는데 고려할 사정이 아니라면서 위자료 액수를 1500만원으로 감액했습니다.

 

◎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액수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유책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혼인관계 파탄의 원인과 책임, 배우자의 연령과 재산상태 등 변론에 나타나는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직권으로 정해야 한다. 이러한 사정에는 혼인관계의 파탄 후 최종적 이혼에 이르기까지 발생한 모든 사정이 포함되며, 개별적 유책행위에 대해 별개의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해 달라지지 않는다”는 법리를 토대로 “이혼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피고가 저지른 감금 범행과 자녀에 대한 반복적인 신체적 학대행위도 위자료를 정하는 데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다만 피고만 상고했기 때문에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위자료 액수는 원심대로 확정됐습니다.

 

◉ 이경진 변호사의 Tip

 

‧소송경제나 피해자 보호 관점에서 혼인관계 파탄 후 발생한 개별 불법행위에 대해 별도 소송을 제기할 필요 없이 모든 유책행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대법원의 입장에 찬성합니다.

 

‧대신 최종 이혼 시점까지 상호 상대방의 유책행위에 관한 주장을 입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경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