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이자 못 버텨 ‘두 손’… 부동산 경매 매물 쏟아졌다

2024년 12만9000여건… 11년 만에 최대

고금리·부동산 침체로 매매 조차 안돼
아파트·오피스텔 등 집합건물 48% 증가
전국 주택매매 소비심리지수 6.1P 하락
서울 매매시장, 상승서 보합국면 전환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임의경매에 넘어간 부동산이 약 13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지난해 연간 신청 건수보다 2만건 넘게 많은 수준으로, 11년 만에 최대치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대출금리는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매마저 쉽지 않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16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전국 부동산(집합건물·토지·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12만9703건으로 집계됐다.

임의경매란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할 때 채권자가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이 채권자일 때 임의경매가 활용된다.

 

임의경매 신청 건수는 2022년 6만5586건에서 지난해 10만5614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11개월 만에 이미 지난해 연간 신청 건수보다도 2만4089건이 더 많다. 역대 연간 수치와 비교해봐도 2013년(14만8701건) 이후 가장 높다.



경매업계에서는 여전히 높은 시중금리 등을 임의경매 신청 증가 배경으로 꼽는다. 부동산시장 호황기 저금리 담보대출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이후 금리 상승에 따라 늘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임의경매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임의경매 신청 증가 배경에 대해 “임의경매는 금리와 높은 연관이 있다”며 “기준금리는 소폭 내려갔지만 아직 시중은행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중에서도 주거시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집합상가 등) 임의경매가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올해 1∼11월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5만1853건으로 전년 동기(3만5149건) 대비 47.5% 증가했다.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시장 침체로 매각에 실패한 아파트, 다세대주택 등이 경매시장으로 대거 넘어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택시장은 갈수록 위축되는 모습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9.8로 전월(117.7) 대비 7.9포인트 하락했다. 4개월 연속 내림세로, 서울 주택매매시장은 상승에서 보합 국면으로 전환했다. 이 지수는 95 미만이면 하강, 95∼115 미만이면 보합, 115 이상이면 상승 국면으로 구분한다.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4.0으로 전월 대비 6.1포인트 하락했다. 주택과 토지를 합친 전국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는 4.9포인트 하락한 98.5로, 석 달 연속 떨어졌다.

이 전문위원은 “매매시장 침체로 거래가 안 되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경매로 진입한 물건들이 소화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경매 유입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미 경매시장에 진입한 물건들은 낙찰이 안 되기 때문에 경매시장은 적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경매신청 건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부동산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전국 주택가격 상승 폭은 둔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가는 전월 대비 0.01% 오르는 데 그치면서 석 달째 상승 폭이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