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해 집을 산 이가 3만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규모다. 당장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을 줄이려고 주택 구입 때 은퇴 후 자산이 될 퇴직연금마저 헌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2023년 퇴직연금 통계’에 따르면 작년 퇴직연금 중도인출 인원은 전년보다 28.1% 증가한 6만4000명, 인출 금액은 40.0% 늘어난 2조40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중도인출 인원과 금액은 2019년 이후 줄곧 줄다가 지난해 증가로 돌아섰다.
중도인출 사유(인원 기준)는 주택 구입이 52.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주거 임차(27.5%), 회생절차(13.6%) 순이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이하는 주거 임차, 나머지 연령대는 주택 구입 목적의 중도인출이 각각 가장 많았다.
지난해 주택 구입 목적 중도인출 인원은 3만4000명, 금액으로는 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인원과 금액 모두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출 비중을 줄이려고 퇴직연금까지 동원해 집을 산 이들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퇴직연금 총적립금은 381조원으로 전년보다 13.9% 늘었다. 제도 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B)이 53.7%로 전년보다 비중이 3.6%포인트 하락했다. 확정기여형(DC)은 25.9%, 개인형퇴직연금(IRP)은 20.0%로 각각 1.0%포인트, 2.6%포인트 상승했다.
세액공제 확대로 IRP 증가세가 두드러졌는데, 가입 인원은 321만5000명으로 7.0% 늘었다. 적립 금액은 30.9% 증가한 76조원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