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 판단 세밀한 보수성향 재판관… 주심 정형식은 누구 [‘尹 탄핵’ 가결 이후]

무작위 컴퓨터 추첨으로 배당
헌재, 공식적으론 이름 비공개

16일 무작위 전자배당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심으로 지명된 정형식(63·사법연수원 17기) 헌법재판관은 법리 판단이 세밀한 보수 성향의 재판관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정 재판관은 현 재판관 6인 중 윤 대통령의 지명으로 임명된 유일한 재판관이다.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5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장, 대전고등법원장을 거쳤다.

 

정형식 헌법재판관. 뉴시스

정 재판관은 서울고법 형사부 재판장이던 2013년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또 2018년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에서는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이후 파기환송심을 거쳐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으로 확정됐다.

 

정 재판관은 지난 5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를 추가 기소한 안동완 검사 탄핵 사건에서는 김형두·이영진 재판관과 함께 ‘검사의 법률 위반이 없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헌재는 이날 주심 재판관의 이름을 끝까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헌재는 내부 규정을 통해 주심 재판관을 원칙적으로 비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 결정문에도 대법원 판결문과 달리 주심 표기를 하지 않는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연합뉴스

재판관들은 이날 회의에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이례적으로 주심을 공개했다가 발생한 각종 문제점을 공유하며 이번 탄핵심판의 주심을 비공개로 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헌재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주심이던 강일원 재판관 집무실로 항의 등 각종 전화가 빗발치면서 업무에 상당한 차질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탄핵을 두고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 거세게 충돌하면서 강 재판관에 대한 신변 위협 사태까지 벌어졌다. 탄핵 인용 결정 이후에도 반대 측 일부의 신변 위협 때문에 강 재판관 자택 인근에 경찰이 배치되는 일도 있었다.

 

주심 재판관은 변론 준비와 심리 과정을 계획하고, 결정문 초안을 작성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이번과 같이 국민적 관심사가 큰 사건에서는 재판관 전원이 심리에 집중적으로 참여해 주심의 영향이 다른 사건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