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쫓겨난다… 탄핵보다 나은 길 찾지 못해 죄송”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퇴

“더 나은 길 못 찾아 국민께 죄송
불법 계엄 옹호, 보수 정신 배신”
與 권성동 대행 거쳐 비대위 수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7·23 전당대회에서 약 63%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지 146일 만이다. 국민의힘은 권성동 권한대행 체제를 거쳐 또다시 비상대책위원회로 가게 됐다. 새 비대위원장이 선출되면 윤석열정부에서만 여덟 번째 대표(대행 제외)가 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원회가 붕괴돼 더 이상 당대표로서의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면서 사퇴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그 직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뒤 이틀 만이다.

 

한 대표는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은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탄핵으로 마음 아픈 지지자분들께 많이 죄송하다”면서 허리를 숙여 사죄했다. 이어 “탄핵이 아닌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며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자신의 상황을 “쫓겨난다”고 표현하면서도 탄핵 찬성에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의원들의 격앙된 사퇴 요구를 받고 나올 때 어느 젊은 기자 한 분이 제가 당대표에서 쫓겨나는 이유가 된 ‘이번 탄핵 찬성을 후회하느냐’고 물었다”면서 “참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친윤(친윤석열)계를 저격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한 대표는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건 보수의 정신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 같은 극단주의자들에 동조하거나 그들이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한다면 보수의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후 만난 지지자들에게 “저를 지키려고 하지 말라.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 “저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치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대선 출마 가능성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대표 사퇴 의사를 밝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국회를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4선 이상 중진 회동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조속한 비대위 출범 필요성에 뜻을 모았지만, 비대위원장 인선 등에는 별다른 결과를 내지 못한 채 18일 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