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순도가’ 통해 본 전통주 성공 스토리 [명욱의 술 인문학]

2010년도에 등장, 전통주 업계에 스테디셀러 같은 꾸준함, 하지만 베스트셀러처럼 판매고를 높여가는 제품이 하나 있다. 바로 샴페인 막걸리, 막걸리계의 돔 페리뇽, 원조 스파클링 막걸리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복순도가다.

복순도가의 성장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흥미롭게도 복순도가는 뚜껑 개봉이 어려운 막걸리다. 천연 탄산을 내압병을 통해 용해시켰으며, 해당 탄산을 아주 천천히 빼야만 막걸리가 터지지 않고 즐길 수 있다. 한마디로 여는 것이 매우 복잡한 막걸리다.

 

원조 스파클링 막걸리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복순도가는 개봉 방법이 어려운 만큼 전통주 소믈리에 등의 손길을 거쳤고, 전문가가 열어주는 샴페인 막걸리라는 이미지가 부각, 자연스러운 고급화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 개봉이 어려운 것이 오히려 장점이 되어 버렸다. 내가 술을 좀 안다면 복순도가 정도는 열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 복순도가를 가져온 자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너 복순도가 열 줄 아니?’라고. 그래서 전통주 전문가와 아닌 사람의 구분을 복순도가 개봉을 기점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샴페인 막걸리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도 실은 이러한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탄산이 강해서 샴페인 막걸리로 생각될 수 있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다. 바로 한식 주점 등에서 전통주 소믈리에들이 직접 복순도가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마치 샴페인처럼 개봉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사발 잔에 마시는 것도 어색해졌다. 와인 잔, 샴페인 잔에 마셔야 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함께 즐기는 음식도 고급스러운 것으로 이어졌다. 사람의 손길이 하나 더 거쳐감으로써 고급스러움이 더욱 증가한 것이다. 즉 전통주 소믈리에의 역할을 제대로 하나 만들어줌으로써 더욱 가치를 높였다고 볼 수 있다.

복순도가에 대해 가성비 샴페인이라고도 말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샴페인은 와인 바 등에선 가볍게 1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복순도가는 불과 3만원 전후로 즐길 수 있다. 받는 서비스는 비슷한데 가격은 3분의 1도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지역을 살리자는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복순도가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지역 경제도 살리고 지갑 사정도 지킨다는 것이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복순도가가 성공한 요인은 이 스파클링이 전부가 아니다. 김민규 복순도가 대표는 라이프 스타일이 앞으로 한국의 전통주 문화를 이끌 것이라고 생각, 주류와 관련된 박람회나 전시회보다 미술, 가구, 건강, 디자인 전시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또한 라이프 스타일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그래서 늘 간편한 톤앤매너로 디자인했으며, 이러한 것을 통해 복순도가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갔다.

최근에는 한국 문화에 고정관념이 없는 외국인과 문화와 예술, 인문을 좋아하는 여행객들과 소통을 넓히기 위해 공항철도 및 KTX역사에 직영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많이 파는 것이 아닌 정확한 소비층을 알고 그들과의 접점을 연구한 결과다.

애주가를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닌 늘 새로운 것을 접하고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층에게 접근한 것. 최근에 일본의 전통주 빚기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술 문화도 이러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마시고 취하는 것이 아닌 도시와 농촌을 이어주고, 발효와 숙성, 그리고 사람의 가치를 알려주는 것. 한국 전통주가 나아가야 할 앞으로의 미래가 아닌가 싶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넷플릭스 백스피릿의 통합자문역할도 맡았으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