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실수 치부·운이 나빠 적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글 다수 범죄를 가볍게 여기는 시선 많아 법조계 “뉘우치는 자세 필요” 지적
“음주운전이 나와 다른 사람의 인생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 음주운전에 적발된 바 있는 A씨가 도로교통공단과 오비맥주의 ‘음주운전 방지장치’ 설치 시범 캠페인 참여 소감에서 이처럼 밝혔다.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날숨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해 기준치 이상 감지 시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한다. 지난 10월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5년 내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다시 운전대를 잡으려면 결격 기간(2~5년)과 같은 기간 방지장치를 차에 부착해야 하며, 법 시행 이후부터의 결격 기간을 고려하면 2026년 10월쯤 실제 부착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캠페인 참여자들 소감문에서는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거나 다시는 음주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반성이 대다수였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음주운전을 단순 실수로 치부하거나 운이 나빠 적발됐다는 식의 반응이 눈에 띈다.
◆반성문 ‘대필’ 문의에 ‘2진, 3진’ 용어도
B씨는 ‘반성문을 써본 적 없다’며 대필 문의 글을 음주운전자 고민 공유 커뮤니티에 올렸다.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처벌 수위를 낮출 수 있냐는 질문에 “반성문을 직접 작성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작성자를 비판하는 댓글이 달렸지만, 대략적인 예시까지 들어가며 ‘글 쓰는 게 어렵다면 도와주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음주운전을 가볍게 여기는 시선은 재범을 의미하는 ‘2진’이나 3회 적발을 뜻하는 ‘3진’ 등 표현에서도 드러난다. 야구의 ‘삼진아웃’ 유사 개념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종종 쓰인다. ‘2진’이라 소개한 다른 음주운전 적발자는 실형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며 자신의 안위를 걱정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2진이나 3진 표현은 정식 법률 용어가 아니다”며 “같은 범행을 두 번 세 번 반복했다는 의미여서 사람들의 음주운전 경각심이 줄어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용어에 따라 사회 문제를 향한 관점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음주운전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변호사는 수사나 공판에서는 반성의 기미를 거의 보이지 않다가 선고 직전 급하게 반성문을 내는 사례도 있다고 언급했다. 구형에 따른 두려움이 커서 반성문을 부랴부랴 재판부에 제출해 어떻게든 처벌을 낮춰 보려 한다는 얘기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음주·무면허 운전’ 감경요소로 밝히는 ‘진지한 반성’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고 그는 강조했다.
◆‘반성문 제출=감경’ 인식?
일선 법무법인에 걸려오는 음주운전 반성문 작성 문의 전화 건수도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C법무법인 관계자는 “한 달에 우리 법무법인에 문의 전화만 1000~2000건이 걸려 온다”며 “음주운전 적발 사례가 많다는 얘기다”고 세계일보에 밝혔다. 한 곳에서만 이 정도이니 전국 법무법인에는 더 많은 전화가 올 거라면서다. 이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반성문 제출은 처벌 감경이라는 공식이 음주운전자 사이에 있는 것 같다”며 “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음주 전력자’에 의한 교통사고는 같은 기간 음주운전 교통사고 총 7만5950건의 약 43%인 3만2877건이다. 이를 횟수로 구분하면 1회는 1만8916건, 2회는 8431건이고, 3회 이상도 5530건이나 돼 음주운전이 습관성 범죄라는 것을 보여준다.
법조계에서는 반성문을 단순한 처벌 감경 수단으로 보지 않아야 하고, 음주운전을 진심으로 뉘우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음주·교통사고 대응그룹을 운영하는 법무법인 대륜의 최현덕 수석변호사는 “반성문으로 범행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자신의 경각심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다시는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태도가 반성문에서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