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가 다른 여성과 살림까지 차린 아버지가 결혼할 때 수천만원을 보태준 아버지에게 부양료를 지급해야 하는지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16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두 자녀와 홀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는 남성 A씨의 고민이 소개됐다.
A씨 아버지는 그가 14살 때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다. A씨는 어린 나이부터 신문 배달, 주유소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미술을 전공할 수 없었다.
A씨는 결국 시멘트 회사에 입사해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아버지는 내연녀와 살림을 차렸고 아이까지 낳았다. A씨는 아버지를 아버지로 여기지 않고 거의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내왔다.
그런데도 결혼할 때는 연락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결혼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반가워하며 전세 자금에 보태라고 수천만원을 보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A씨는 돈을 받아 결혼 자금에 보탰다고 한다.
10년이 흐른 지금, A씨는 아버지로부터 '부양료 심판 청구서'를 받았다. A씨는 "아버지는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다. 내연녀와 헤어져 혼자 투병하고 있다"면서 "부양료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이에 손은채 변호사는 "성인 자녀들이 부모에 대한 경제적 부양을 하지 않는 경우 부양료 조정 신청이나 부양료 심판 청구를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자식에게 무조건 부양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청구인의 나이, 건강, 소득, 재산 상태 등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지 자력을 고려하고 또 일반적으로 드는 생계비 수준도 살펴본다. 여기에 부양 의무자인 자녀의 나이나 소득, 가족 관계 등을 감안해 부양료가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손 변호사는 "현재 부양청구권을 제한할 법적 근거는 없다"며 "과거 부모가 자녀를 학대한 정황이 있었는지, 자녀를 전혀 부양하지 않았는지 등을 살핀 사례를 검토한다. 점점 부양 권리자의 도덕적 의무 이행 여부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것 같다"이라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A씨 경우는 구체적으로 아버지가 집을 나간 후 얼마나 도움을 줬는지, 현재 얼마나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태인지, A씨 소득이 얼마인지, A씨가 원래 가족을 부양하는 데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 대출금이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결혼할 때 아버지에게 연락해 전세금 지원을 받았고, 이후에도 교류가 있었는데 만약 A씨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면 소액이라도 부양료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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