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캐나다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위협이 캐나다 정부를 뒤흔들고 있다. 국가 재정을 책임진 재무부 장관이 전격 사퇴한 가운데 쥐스탱 트뤼도 총리를 향해서도 사임 압박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16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크리스티나 프리랜드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이날 트뤼도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 했던 일로 캐나다 정·관계가 큰 충격에 사로잡힌 모습이다. 프리랜드 장관의 사직서는 즉각 수리됐으며, 도미니크 르블랑 현 공공안전부 장관이 후임 재무장관으로 임명됐다.
프리랜드는 자신의 사퇴가 트뤼도 총리와의 견해차 때문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모든 캐나다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포한 것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트뤼도 총리와 충돌했다는 의미다. 프리랜드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을 “캐나다에 심각한 도전을 제기하는 공격적인 경제 민족주의”로 규정하며 “그에 대처하려면 캐나다는 재정 운용에 최대한의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심을 얻기 위해 여기저기 재정을 투입하려는 트뤼도 총리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이날 정부 발표에 따르면 캐나다의 재정 적자는 600억캐나다달러(약 60조6000억원)에 달한다. 프리랜드는 재무장관 시절 재정 적자를 400억캐나다달러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트뤼도 총리는 서민들의 생활고를 이유로 저소득층 국민에게 국가가 일괄적으로 250캐나다달러(약 25만3000원)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계획을 강력히 추진했다. 이는 야당의 반대로 의회에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트뤼도 총리는 연말연시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몇몇 품목에 대한 세금 감면도 밀어붙였다. 그에 따른 세수 손실만 16억캐나다달러(약 1조6000억원)로 추정된다.
캐나다 국민들 사이에는 트뤼도 총리가 바닥으로 떨어진 인기를 다시 높여 보려고 일종의 ‘포퓰리즘’ 행태를 보이는 것이란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2015년 11월 취임해 어느덧 9년 넘게 집권한 트뤼도 총리는 지난 6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고작 28%에 그쳤다. 총리 취임 당시 여론조사 응답자의 63%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은 점과 비교해보면 가히 ‘수직 낙하’라고 부를 만하다.
갑작스러운 프리랜드의 사임 소식에 여당인 자유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야당들은 일제히 트뤼도 총리를 성토하며 퇴진을 촉구했다. 보수당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대표는 “모든 것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계속할 수는 없다”는 말로 조기 총선거 실시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