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어수선한 시간을 보낸 대한배드민턴협회가 다음 달 제32대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위기의 협회를 구원하기 위해 여러 인물이 출사표를 낸 가운데, 갑질 및 횡령 의혹을 받고 손가락질의 대상이 된 김택규 현 협회장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배드민턴협회는 김공 대한체조협회 이사 등 회장선거운영위원회 위원들을 본격 선임하면서 운명의 선거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협회장 선거는 4파전 양상이다. 우선 김택규 현 회장을 비롯해 금메달리스트 출신 김동문 원광대 교수, 전경훈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회장, 최승탁 전 대구배드민턴협회장이 다음 협회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
올해 배드민턴협회는 파리 올림픽 호성적에도 불구하고 내홍을 겪었다. ‘여제’ 안세영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 쾌거를 달성한 뒤 선수단 관리 부실 및 대표팀 운영 문제 등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낸 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조사를 받은 협회는 방만하게 운영된 정황도 드러났다.
특히 김택규 회장은 스폰서로부터 받은 셔틀콕 등 후원 물품을 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임의로 배부하는 등 횡령과 보조금법 위반 의혹을 받았다. 고발을 당한 김택규 회장은 현재 경찰 조사를 받는 신세다. 그런데도 그는 차기 회장 선거에 나섰다. 배드민턴협회가 구설에 올랐지만, 여전히 김택규 회장을 지지하는 일부 배드민턴계 인사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끄러운 배드민턴계를 수습하기 위해 나선 이들도 있다. 김동문 교수는 “잘못된 관행 그리고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시스템에서 문제들이 비롯됐다”며 김택규 회장과 임원, 집행부 등 퇴진을 요구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경훈 실업배드민턴연맹 회장은 “안세영 선수가 협회 문제를 지적하는 걸 보며 32대 회장으로서 투명하게 협회를 경영해야겠다는 각오로 출마를 선언한다”며 “임기 4년 동안 총 24억원을 협회에 후원하겠다. 매년 6억원을 전문 체육과 생활 체육에 지원해 동반 성장을 활성화하는 협회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최승탁 전 대구배드민턴협회장은 “배드민턴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무엇이 옳고 아닌지에 대해 몸소 느꼈다. 과거의 낡은 관행과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시스템과 기득권의 카르텔로 인해 선수·지도자들이 흘린 땀의 열매가 헛되지 않아야 한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한국 배드민턴이 위상을 높이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협회장 선거는 다음 달 16일 열린다. 배드민턴협회는 17일 김공 대한체조협회 이사 등 선거 준비를 위한 회장선거운영위원회 위원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