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의 ‘하얼빈’ vs 송중기의 ‘보고타’… 두 남자, 연말 극장가 정면 승부

안중근 의거 다룬 ‘하얼빈’
안 의사 고뇌·슬픔 등 인간적 면모 부각
몽골·라트비아·한국 오가며 촬영 눈길

한인사회 생존 싸움 ‘보고타’
IMF 후폭풍에 남미서 밀수로 생계
밑바닥에서 성공 향한 열망 불태워

조국 독립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한 독립투사들(‘하얼빈’), 구제금융 사태에 떠밀려 콜롬비아로 떠난 19세 소년(‘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20세기 초엽과 말엽을 배경으로 한 한국영화 기대작 두 편이 연말연시 극장가에서 경쟁한다.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노리는 3일간의 과정을 담았다. ‘보고타…’는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에서 생존과 성공을 위해 아등바등하는 한인들을 그린다. 두 작품은 각각 현빈과 송중기라는 인기 배우를 내세웠다. 몽골·라트비아와 콜롬비아·사이프러스의 이국적인 풍광을 담아낸 것도 닮은꼴이다.

◆만주 벌판 안중근 의사와 독립군들



“(영웅) 이미지 너머에 안중근 장군이 느꼈을 두려움, 동지애에 중점을 뒀다.”

‘하얼빈’의 우민호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 지난달 제작보고회에서 이같이 소개했다. 24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노리고 하얼빈으로 향하는 독립투사들과 이들을 쫓는 자들의 추적과 의심을 그린다.

안중근(현빈)이 이끄는 독립군은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에서 일본군과 싸워 크게 이긴다. 안중근은 만국공법에 따라 전쟁포로인 일본인들을 풀어준다. 독립군 사이에서 안중근에 대한 의심과 함께 균열이 인다. 1년 후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와 협상을 위해 하얼빈으로 간다는 소식을 접한 독립군은 하얼빈으로 향한다. 이들의 작전을 입수한 일본군도 추격을 시작한다.

이 작품은 안중근의 인간적 면모에 초점을 뒀다. ‘내부자들’을 만든 우 감독은 “안중근 장군은 위대한 영웅이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인간적인 면을 지닌 사람이었다”며 “그도 인간이기에 두려운 순간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긍지를 갖고 거사를 치를 수 있었을지 그 마음이 궁금했다”고 밝혔다.

배우 현빈도 “(이토 히로부미 저격이라는) 거사를 치르기 전까지 그도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서 고뇌, 좌절, 슬픔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걸어가야 했던 신념과 의지가 표현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하얼빈’은 6개월에 걸쳐 몽골, 라트비아, 한국에서 촬영됐다. 산 하나 없이 광활한 몽골사막은 만주와 지형이 닮아서, 라트비아는 구소련 건축 양식이 남아 있어 택했다. 우 감독은 “우리 역사를 영화화하면서 (시각특수 효과용) 블루매트 앞에서 찍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홍경표 촬영감독은 “1910년대에 만주, 블라디보스토크 쪽에서 활동했던 독립군들이 실제로 이렇게 다녔다고 생각하면 그 공기들이 쓸쓸하기도, 외롭기도 했다”며 “독립군들에게 공감 가는 순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독립군 공부인 역의 배우 전여빈은 “(몽골의) 끝없이 펼쳐진 땅 위에서 오롯이 서 있는 인간이 느끼는 고독과 외로움이 잘 담긴 것 같다”고 전했다.

◆콜롬비아 한인사회 밀수업자들

31일 개봉하는 ‘보고타…’는 ‘하얼빈’에서 약 90년이 흐른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가 배경이다. 남미 의류 밀수사업을 소재로 한인들의 생존 싸움을 그린 범죄물이다.

IMF 후폭풍에 떠밀린 19살 국희(송중기)의 가족들은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다. 국희는 한인 상인회의 권력을 쥔 박병장(권해효) 밑에서 일을 시작하고 의류 밀수에 가담한다. 밀수 중 위기가 닥치고 국희는 목숨을 걸고 박병장의 물건을 지켜낸다. 이 일로 국희는 현지 한인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의 눈에 띈다. 박병장과 수영은 국희를 둘러싸고 팽팽한 심리전을 벌인다. 보고타는 계층에 따라 사는 곳이 뚜렷이 나뉜 도시다. 가장 가난한 구역에 자리 잡은 국희는 “살아서 6구역까지 가겠다”며 성공에 대한 열망을 불태운다.

송중기는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이 작품에 대해 “생존에 관한 이야기”라며 “시나리오를 보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해외에서 자리 잡고 사는 한국인끼리의 갈등이었다”고 말했다. 송중기는 국희가 한인사회의 주요 인물로 성장하기까지 10∼30대의 인생 경로를 연기한다.

촬영은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진행했다. 2020년부터 시작했으나 코로나19로 촬영 중단과 재개가 이어지며 크랭크업이 늦어졌다. 김성제 감독은 “콜롬비아 영화에 한국 배우들과 한국인의 이야기가 나오는 느낌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콜롬비아 외에 카리브해 휴양도시 카르타헤나, 지중해의 사이프러스 등의 이국적인 풍광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