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학기 시작과 함께 일선 학교에 도입 예정인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법안이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교육자료가 되면 학교에서 AI교과서 도입 여부를 자율로 결정한다. 교육부는 본회의 전까지 국회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법사위는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교과서는 모든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채택해야 하지만, 교육자료는 학교장이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학교별 채택률에 편차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정부가 AI교과서 개발과 교사 연수 등에 들인 노력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런 우려를 표했다. 이 부총리는 “교육 평등의 측면에서도 AI교과서가 참고서로 격하돼 이를 도입하는 학교와 안 하는 학교가 갈리면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일수록 새로운 기술을 통한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진다”고 했다. 이어 “교육격차 해소와 교육 약자를 위한 보호를 위해서도 교과서 형태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AI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데 관한 부작용을 계속 강조해 왔다. 교육자료가 되면, 국가 수준의 검정 절차 및 수정·보완 체계 등을 거치지 않아 내용과 기술적인 면에서 질 관리를 담보하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 교육자료는 저작권법에 따라 교과용 도서에 적용되는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다양한 저작물을 활용하는 것에 제한이 있다. 양질의 학습 자료로 개발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개정안이 통과할 시 초·중등교육법, 저작권법에 근거해 저작물, 학습지원 소프트웨어 등 그 밖에 교육감이 정하는 것 모두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해 학교에서 정상적인 수업 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했다.
표결에 앞서 여야 의원들은 법안에 대해 찬반 의견을 표명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AI교과서는) 새로운 학년을 고작 3개월 앞두고 졸속으로 추진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며 “계엄선포를 하듯이 AI교과서를 배포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검증까지 완료된 상태의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바꾸는 법은 검증이 완료된 것을 폐기하자는 의미”라며 “속도 조절이나 여러 부작용에 대해서는 계속 국회와 협의하겠지만 지금 단계에서 바로 교과서 지위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면 현장의 혼란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이날 “AI교과서가 교과서 지위를 유지해야 함을 적극 설명했으나 법안이 의결돼 유감”이라며 “본회의 전까지 국회와 소통하고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