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첫 회견서 한국만 빠졌는데, 마냥 손 놓고 있을 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정부 출범을 한 달가량 앞두고 ‘코리아 패싱’ 우려가 현실로 닥치고 있다. 트럼프는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한국만 쏙 뺐다. 트럼프 2기에 한국이 고립무원의 처지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의 첫 회견은 원래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의 미국 투자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손 회장은 10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최소 1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약속했다. 트럼프는 전날 1기 집권 때 ‘영혼의 친구’라 불렸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을 만났고 부인에게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게 보내는 책 등 선물도 건넸다고 한다. 트럼프는 아베의 정적이었던 이시바 총리를 불편해했는데, 취임 전이라도 만나겠다고 태도를 확 바꿨다. 개인적 친분을 중시하고 파격적 거래를 좋아하는 트럼프의 성향에 맞춘 일본의 전방위 외교가 빛을 발한 것이다.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내가 잘 지내는 또 다른 사람”이라며 직접 대화에 나설 뜻을 시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좋은 친구”라며 자신의 취임식에 초청했다.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에서 한국만 소외되는 재앙이 현실화하지 말란 법이 없다. 미 전략국제연구소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트럼프의 첫 100일이 아니라 첫 100시간에 주한미군·관세·반도체법처럼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쏟아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관세가 미국을 부유하게 할 것”이라며 “모든 카드를 갖고 관세협상을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정권인수팀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보조금 등 전기차 지원을 대폭 축소하고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계엄사태·탄핵정국이라고 해도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제라도 트럼프 2기에 대비해 외교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 트럼프가 정상 간 ‘톱다운’방식을 선호하는 만큼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의 정상외교가 성사될 수 있도록 외교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국회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업피해와 경제충격을 최소화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트럼프 2기 경제책임자들과 접촉해 한국이 대미투자 1위 국가라는 점을 부각하고 조선·원전 등의 선제 협력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기업 네트워크를 동원해서라도 신뢰와 협력관계를 다져야 한다. 일본이 보여줬듯이 국익 앞에 민관과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