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가 현상유지에 치중할 것이라던 관측을 깨고 적극적인 권한행사에 나서는 분위기다. 대통령의 헌법적 고유권한인 재의요구권(거부권) 검토부터 법안 처리 등에 이르기까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 권한대행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권한대행 체제 이후 첫 정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내년도 예산안이 새해 첫날부터 즉시 집행될 수 있도록 재정 당국은 예산 배정을 신속히 마무리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무엇보다 민생 경제회복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며 “반도체특별법, 인공지능기본법, 전력망특별법 등 기업 투자와 직결되는 법안들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은 비상계엄이 있던 지난 3일 오전 주재한 국무회의 당시 정부 예산안 처리에 대해 “총리로서 매우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것과 상반된다. 발언이 명확해지고 힘이 실렸다는 평가다.
또 예산안 부수 법안 자동부의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국회법과 국회가 서류 제출이나 증인·참고인 출석을 요구하면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증언감정법도 재계의 우려가 큰 법안이다. 국회증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안건 심사와 청문회 등에도 증인 출석 강제력이 생긴다.
재계에서는 이 경우 기업 관계자들이 수시로 국회에 불려나가고, 영업비밀을 제출하라고 요구할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없어 기업의 정보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을 향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큰 착각”이라며 “소극적 권한행사를 넘어선 적극적 권한행사는 무한 정쟁과 갈등만 유발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탄핵 소추된 상황에서 권한대행은 중립적 국정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며 “한 권한대행은 내란 공모 내지는 방조 혐의까지 받고 있지 않은가”라고 으름장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