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송대) 2학기 기말시험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해 수강생들이 재시험을 치르는 등 불편을 겪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3년 전에도 유사한 사태로 시험이 차질을 빚은 전례가 있어 온라인으로 운영하는 방송대의 서버 관리가 안일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방송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진행된 기말시험 5차시 시험에서 장애가 발생했다. 방송대 기말시험은 하루 1∼6차시로 나누어 진행하는데, 오후 5시30분 시작하는 5차시에서 데이터베이스(DB) 응답 지연으로 로그인 실패와 시험지 표출 장애가 나타났다. 이 현상은 방송대 전국 지역대학(캠퍼스)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5차시 시험에서 로그인하지 못한 학생들은 시험을 치르지 못한 채 귀가했다. 6차시 시험 때도 일부 과목에서 문제지 표출 장애가 발생해 문제를 정상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학생들이 발생했다. 방송대에 따르면 이날 장애로 시험 대상자 9273명 중 약 60%가 정상적으로 시험을 치르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수강생이 대부분인 방송대의 특성 탓에, 시험을 치르러 등교했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간 학생들의 불편은 한층 컸다. 서울지역대학에 소속된 직장인 박모(48)씨는 “회사일로 바쁜 와중에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고 40분 운전해서 학교에 갔는데, 시험장애로 5차시가 무효로 돼 황당했다”고 말했다.
방송대는 이날 시험을 치르지 못한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재시험 응시 △과제물 평가 대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씨는 “재시험 응시 가능 기간에는 회사 일 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어 대체 과제물을 제출하고 학점을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방송대는 앞서 2021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도 전산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해 1차시 시험 응시생들을 돌려보내고, 총장 명의의 사과 메시지를 구성원들에게 배포했다. 인천지역대학에 소속된 직장인 장모(32)씨는 “학교 서버가 ‘유리서버’라는 건 모두가 느끼는 사실”이라며 “회사 다니며 미래를 위해 시간을 쏟는 학우들이 많은데, 더 이상 황당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대 관계자는 이번 장애 원인에 대해 “응시자 개별 문제지를 불러오는 과정에서 데이터 처리 지연이 발생해 서버 부하가 임계치를 초과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스템 처리 속도 개선과 안정화를 위해 최적화 작업을 실시했다”며 “시험 시스템 안정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