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만난다. 후임 당대표나 직을 대행하는 쪽에서 다른 정당 대표를 예방하는 국회 관례에 따른 것이다. 일종의 상견례 성격이지만, 직전까지 두 사람의 신경전이 거셌던 탓에 꽉 막힌 탄핵 정국을 풀어나가는 단초가 마련되긴커녕 환담을 할 수는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두 사람 간 신경전은 이 대표의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비롯됐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점을 거론하며 국민의힘을 향해 “이제 여당이 아니다. 야당도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고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여야 관계’가 아닌 ‘원내 1당과 2당 관계’로 규정했다. “여당 야당이라고 안 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또 이 대표는 정국 운영 주도권이 정부가 아닌 국회로 넘어온 상황이라며 ‘국정안정협의체’ 구성 및 민생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제안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170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탄핵 정국에서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여당의 심기를 건드렸다.
권 대행은 이 대표가 기자회견을 한 당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국정운영 책임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맞받았다. 또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라며 “헌법 규정에 의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됐다. 지금처럼 당정협의를 통해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정치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루 뒤인 16일엔 이 대표가 보란 듯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잇달아 접견하는 등 여당 지위를 잃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권 대행은 이 부총리에게 2025학년도 대입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 최 부총리에겐 내년도 예산안 집행에 만전을 기할 것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추경 편성 주장을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권 대행은 “민주당은 2025년도 예산안을 정부안 대비 4조1000억원 삭감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며 “(추경은) 병 주고 약 주는 격이다. 정부 예산안은 이 대표 주머니 속 공깃돌이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이 대표가 국정안정협의체와 관련, “국정 전반이 부담스러우면 경제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하자”고 재차 제안했지만, 여당은 이에 응할 기색을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