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팬데믹 후 ‘칩플레이션’ 발생…저소득층 직격탄”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상점. 뉴시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에서 저가 상품 가격이 고가 상품보다 더 크게 오르는 이른바 ‘칩플레이션’(cheapflation)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칩플레이션은 가격이 낮다는 의미의 ‘칩’(cheap)과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이런 현상은 고물가 시기 저렴한 상품을 주로 소비하는 취약계층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가중됐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18일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불평등’ 보고서에서 2020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가공식품 판매정보로 소득분위 간 실효물가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한은은 대상 기간 동일 품목의 가격 상승률을 비교해봤을 때 저가상품이 16.4%인 데 비해 고가상품은 5.6%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칩플레이션 원인은 공급과 수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뉜다.

 

한국은행 제공

 

공급 측면에서는 수입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 저가 상품 제조 과정에서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국내산 재료보다 가격이 낮은 수입 원자재가 주로 쓰이는데, 팬데믹 이후 전쟁 등으로 수입 제조용 원재료가 크게 상승한 영향이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고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가격이 좀 더 저렴한 상품으로 수요가 쏠린 점도 지목됐다. 고인플레이션 시기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전에 소비하던 상품과 비슷하지만 더 싼 상품하는 소비행태를 보인다는 얘기다.

 

한은은 칩플레이션 현상은 물가 상승기에 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 만큼 통화정책을 통해 전체적으로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해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향후 인플레이션이 높은 시기에 정부가 중·저가 상품의 가격 안정에 집중해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시킬 필요성도 제기됐다.

 

조강철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차장은 “해외공급 충격을 완충하기 위한 할당관세나, 가격급등 품목에 대한 할인 지원 시 중·저가 상품에 선별지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