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 불확실성 선제 대응… 신뢰 회복 위해 전력투구” ['尹 탄핵' 가결 이후]

경제·외교수장, 이례적으로 공동 외신 간담회

최상목 “1월 1일부터 예산 즉시 집행
대외신인도 관리·24시간 모니터링”
대외관계장관 간담회 정례화도 추진

트럼프 2기 출범 앞두고 정상외교 공백
조태열 “北·美 협상 가능성 선제 대비”
韓·日 수교 60주년 관련엔 “영향 없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와 대통령 탄핵 정국에 따른 금융, 대외 관계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합동 외신 기자간담회를 갖고, 외교·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외교 수장이 외신을 대상으로 함께 간담회를 연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이례적이다. 국가 비상 상황에서 추락한 경제·외교의 대외 신뢰 회복을 서둘러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최 부총리는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대외신인도 관리에 역점을 두면서 673조원에 이르는 내년 예산을 1월1일부터 즉시 집행, 공공기관·민간투자·정책금융 등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상반기에 신속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미국의 신행정부 출범 이전에 우리의 (북핵) 대응 구상과 로드맵을 마련해 북·미 협상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모두발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함께 합동 외신기자 간담회를 열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경제정책이 여·야·정 협의하에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최 부총리는 우선 계엄 사태에 따른 수습 절차의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형국임을 설명했다. 현 상황에 대해 최 부총리는 “예산안과 주요 세법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통과되는 등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경제정책이 여·야·정 협의하에 추진되고 있다”며 “국내 정치 상황과 미국 신정부 출범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한국의 헌법·경제·비상대응 시스템이 잘 작동하면서 불확실성을 관리하고 완화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당국의 최우선 과제로는 대외신인도를 꼽으면서 “금융·외환시장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지속 가동하고, 외국인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동시에 한국경제설명회 등으로 한국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에 대한 이해를 높이겠다”고 했다. 이어 경제·외교 부처가 함께하는 ‘대외관계장관 간담회’ 정례화,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의 민·관 합동 확대 개편 등을 구체적인 대책으로 제시했다.

 

조 장관은 한·미동맹과 한·일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한·미·일 3국 협력의 모멘텀이 지속되도록 노력하는 한편 중국과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긴밀한 소통을 유지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특히 미국 정권 교체기에 정상외교 공백이 가져올 우려와 관련해 “이번 사태가 그 전에 구축한 소통의 정치적 동력을 약화한 측면이 있어 시간이 좀 필요하다”면서도 제약된 상황 속 동력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 대사를 북한 업무를 포함한 대통령 특사로 지명하면서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 재개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조 장관은 그리넬 특사 임명과 관련,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진지하게 다루려는 지표로 받아들인다”며 “우리가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일본 외신이 한국의 정치 상황이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사업 준비에 영향이 있는지 묻자 “하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런 우리 국내 상황을 일본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 60주년을 기념하고 미래지향적 의미를 만드는 데 좀 주춤할까 봐 오히려 우리가 걱정하는 상황”이라며 “일본이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다뤄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전 조기 종전 의지를 밝힌 트럼프 당선인의 구상에 대해서는 “의지가 강하다 하더라도 단기간 내 종전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조 장관은 말했다.

 

조 장관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우리의 국력과 위상에 걸맞은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기존의 외교정책 기조는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며 “최단 시일 내 우리 외교를 정상화시키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에 필요한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하는 등 다자 무대에서 국제 신뢰도를 조속히 회복한다는 목표도 밝혔다. 조 장관은 프랑스 정치 사상가 알렉시 드 토크빌의 발언을 인용해 “민주주의는 언제나 자기 스스로를 고칠 수 있는 힘을 가진 체제”라며 “이번 계기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한 걸음 더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를 연 최 부총리와 조 장관은 3일 계엄 선포 전 소집된 국무회의에서 11명의 국무위원 중 명시적으로 계엄 선포를 반대했다고 알려진 인사들이다. 당시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각각 쪽지를 받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내용은 계엄과 관련된 예비비 관련 재정 자금 확보, 계엄 시 외교부 장관이 취해야 할 조치 등이었다. 비상계엄 선포 후 조치 사항을 대통령이 직접 써서 건넬 만큼 경제와 외교가 국정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실제로 계엄 사태 이후 금융·외환시장이 크게 출렁거렸고, 한국 경제의 위기를 우려하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외교 일정도 크게 차질을 빚으며 글로벌 중추 국가를 자임하던 한국의 국제 위상이 큰 타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