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관련, 국회가 18일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을 불러 긴급현안질의를 벌였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사태로 인한 시장 충격은 예상보다 덜했다고 설명하면서 “경제는 정치와 분리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김병환 “트럼프 리스크… 현 상황 녹록지 않아”
김 위원장은 이날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그때도 지금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빨리 해소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비상계엄 시점과 비교해 경제지표가 안정세로 들어왔다고 봐도 되겠냐’는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 질의에 “상황이 굉장히 유동적이라서 안정적이라고 이야기하는 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예상보다는 시장의 충격이 덜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 위원장, 이 원장으로 구성한 ‘F4’는 회의를 열고 ‘무제한 유동성 공급’등의 조처에 나선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 탄핵 사태 때와는 달리 현 상황은 긍정적이지 않다고 평가하며 지금부터의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을 보였다. 그는 ‘2004년 및 2016년 탄핵 사태와 지금은 무엇이 다르냐’는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 질의에 “2004년은 대외 여건상 중국 경제가 좋을 때였고 2016년의 경우 반도체 사이클이 좋았다”며 “지금은 대외적인 영향을 보면 트럼프 리스크도 있기 때문에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창용 “올해 성장률 2.1%..현환율 유지시 물가 0.05%p 올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2.1%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원·달러 환율이 현 수준을 유지하면 내년 물가가 0.05%포인트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18일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탄핵 이슈가 경제 전망에 미칠 영향에 대해 “수출은 11월 예상대로 유지하고, 카드사용액(소비지출)은 소폭 하락하고 있다”면서 “제일 큰 게 소비심리, 경제 심리인데 급격하게 떨어졌다. 심리지수를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 이슈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면서 “4분기 경제성장률을 0.5%로 예상했는데 0.4% 또는 더 낮아져 올해 성장률도 (당초 예상한) 2.2%에서 2.1%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어 “내년은 1.9%로 예상했는데 이번에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안이 긴축적이어서 0.06%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경제심리를 안정시키려면 여·야·정이 합의해 새 예산안 발표 등 경제정책을 신속히 집행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소폭의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시적으로 특정 항목을 타깃으로 해서 지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탄핵안의 국회 통과 후에도 환율이 1440원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환율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물가가 0.05%포인트 오를 수 있다”면서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1.9%로 전망했으니까, 1.95%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 상황에선 환율 변화가 금융 안정이나 심리에 주는 영향을 더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끊어진 계층 이동 사다리…10명 중 7명은 1분위 그대로 머물러
통계청은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7~2022년 소득이동통계 개발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처음 공표되는 소득이동통계는 기준 시점과 비교 시점에서 모두 소득을 올린 개인의 소득이동성 현황 및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개발됐다. 세금·공적 이전 등 정부의 재분배 정책이 실시되기 전 단계인 소득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만큼 ‘기회의 평등’ 수준을 파악하는 데 용이하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2022년 조사는 1162만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소득분위가 전년 대비 이동한 이는 34.9%에 달했다. 이 중 상향 이동이 17.6%, 하향 이동이 17.4%로 각각 나타났다. 상향 비율은 하향 추세다. 전년과 비교해 더 높은 소득분위로 이동한 비율은 2018년 18.1%, 2019년 18.0%, 2020년 18.2%로 나타났지만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17.6%로 떨어졌다.
소득분위별로 보면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1분위를 유지한 비율은 69.1%로 전년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1분위 10명 중 7명은 2년간 소득 최하위 계층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1분위에서 더 높은 분위로 이동한 ‘탈출률’은 하락세다. 2020년 32.2%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31.7%, 2022년 30.9%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2022년 5분위(소득 상위 20%)의 유지율은 86.0%로 0.3%포인트 떨어졌다. 2021년 소득 취상위였던 10명 중 9명 정도는 이듬해에도 이를 유지한 셈이다.
특히 2022년 소득 상승 비율이 64.4%로 최근 5년 새 가장 높았는데도 1분위 탈출률이 낮아진 건 소득 증가분이 고소득층에 집중된 결과로도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