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 “체포명단, 尹이 평소 사석에서 문제 있다고 이야기한 사람들”

지난 11월 에이펙 정상회의 앞두고 계엄 선포 의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이 검찰 조사에서 비상계엄 당시 체포조 명단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평소 사석에서 문제가 있다는 말을 한 인물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연합뉴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여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체포명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체포명단은 평소 사석에서 윤 대통령이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를 했던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체포 명단을 직접 작성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여 사령관은 지난해 12월쯤부터 윤 대통령이 ‘어려운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상대권 조처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라는 취지의 말을 해왔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윤 대통령이 지난 11월 에이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비상계엄을 선포할 의지를 김 전 장관에게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 사령관은 또 올해 초여름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쟁 상황도 아닌데 계엄을 선포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검찰에 출석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엄령 선포도 고려한다는 윤 대통령에게 "계엄은 전쟁 상황에나 하는 것이고 군인들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여 사령관은 계엄 선포 가능성이 논의되기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여러 차례 비상계엄을 선포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 등은 여 사령관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고,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자 상부 명령에 따랐다고 한다.

 

여 사령관은 비상계엄 직전에는 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이 없지만, 선포 직후에는 진행 상황을 물어보는 전화가 두 차례 정도 왔다고 밝혔다고 한다.

 

한편 여 사령관은 국민의힘이 참패한 올해 4·10 총선 후 정성우 당시 방첩사 비서실장에게 부정 선거 의혹 자료를 모아달라고 한 것은 개인적인 궁금증 해소 차원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를 받아 읽어본 후 부정 선거 의혹이 말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