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 이선균씨로부터 사생활을 들먹이며 협박해 수억원대 돈을 뜯어낸 ‘강남 멤버십(회원제) 룸살롱’ 실장과 전직 여배우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마약 수사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며 “또 다른 원인이 섞여 있더라도 피고인들의 공갈 범행이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형사4단독 곽여산 판사는 19일 공갈 등 혐의로 기소된 유흥업소 실장 A(30·여)씨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곽 판사는 또 같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영화배우 B(29)씨에게는 징역 4년2개월을 선고했다.
마약 등 전과 6범인 A씨는 지난해 9월 배우 이씨에게 전화해 “휴대전화가 해킹돼 협박 받고 있는데 입막음용으로 돈이 필요하다”면서 3억원을 뜯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A씨를 협박한 해킹범은 같은 아파트에 살며 평소 친하게 지낸 B씨로 뒤늦게 드러났다.
B씨는 A씨가 필로폰을 투약한 정황뿐만 아니라 이씨와 잘 알고 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불법 유심칩을 이용해 해킹범 행세를 했다. B씨는 2012년과 2015년 제작된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곽 판사는 “A씨가 피해자에게 요구할 금액을 스스로 3억원으로 정했다”며 “A씨의 범행으로 유명 배우였던 피해자는 두려움과 극심한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도 직접 피해자를 협박해 정신적 고통을 가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곽 판사는 “A씨는 B씨의 협박을 받은 피해자였고, 그 협박이 범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라며 “B씨는 대체로 잘못을 인정하면서 반성했고 부양할 미성년 자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