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미래] 경기교육청의 학교체제 혁신구상

학교를 현장·온라인·공유형으로
학교 안팎의 학생들 보듬으려
지역사회·온라인과 유기적 협조
계층따른 교육불평등 해소 시도

공교육 제도로서 학교는 개인 삶의 기회 확대와 삶의 질 향상 및 국가 발전을 위하여 시대에 따라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 왔다. 산업화에 필요한 인력과 민주시민의 양성, 평등의 촉진자로서 사회적 통합의 강화, 개인의 주체적 인격 함양 등이 바로 그것이다.

세계적으로 학자들 대부분은 학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하여 1960년대까지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였다. 그런데 1970년대부터 학교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비판이 미국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부정적 평가는 두 가지로 모아졌다. 하나는 학교가 교육 효과 면에서 가정 배경의 영향력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학교는 평등의 촉진자라기보다는 계층적 불평등을 매개 또는 심화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학교는 산업구조가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에만 중점을 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학교는 개인을 독립된 인격을 가진 인간으로 기르지 못한다고 거센 비판을 받았다.

김성열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이사장·경남대학교 명예 석좌교수

학교에 대한 불만과 비판은 2010년대 중반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대전환이 시작되면서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학교 제도를 혁신하는 것은 세계적 과제가 되었다. 유네스코가 2022년에 내놓은 ‘함께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라는 보고서는 그러한 과제에 대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유네스코는 보고서에서 학교는 ‘대체 불가능한 기관’이라고 전제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무엇을 지속해서 유지해야 하는지, 새롭게 창조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라는 관점에서 학교를 혁신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교 체제를 혁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뤄져 왔다. 지난 12월2일부터 3일간 수원에서 열린 ‘2024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국제포럼’에서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공교육을 확대하는 경기미래교육’이라는 학교 체제 혁신 구상은 그 하나의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경기도교육청이 제안한 학교 체제는 학교, 경기공유학교, 온라인학교로 구성된다. 이들은 ‘학교 안팎의 모든 학생이 언제, 어디서나, 공평한 교육 기회를 제공받고 미래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서로 보완하며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관계를 맺는다. 혁신적 학교 체제에서 학교는 기본 학습터로 학생 성장을 위하여 학교 교육을 지역사회와 온라인으로 확장하고 연계하는 중심이 된다. 경기공유학교는 학교 밖 자원을 활용한 지역교육 플랫폼으로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학교 교육을 보완한다. 경기온라인학교는 학교 및 지역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학교로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공평한 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습자의 학습 선택권을 확대한다.

이러한 경기도교육청의 학교 체제 혁신 구상은 유네스코가 보고서에서 “학교는 대체 불가능하며 교육생태계의 핵심으로 보호되어야 하고 미래에도 학교가 포용, 형평성, 개인과 집단의 웰빙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건물, 공간, 시간, 시간표는 다시 디자인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점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학교 체제의 혁신은 계층·학교·지역 간에 존재하는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 양질의 교육을 평등하게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학교 체제의 혁신은 동시에 공교육 제도로서 학교가 시대적, 사회적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혁신적 학교 체제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하여 대답할 수 있는 성과를 보여야 한다. 혁신적 학교 체제는 세계화·다양화 시대에 개인이 주체적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넓은 안목과 독립된 인격을 기르는가? 디지털 경제체제가 요구하는 인력을 제대로 양성하는가?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민주시민 역량을 함양하는가? 양극화 시대에 사회 계층 이동의 촉진 기능을 유효하게 수행하는가? 이들 질문에 대하여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 때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학교 체제의 혁신이 의미가 있다.

 

김성열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이사장·경남대학교 명예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