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영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장비를 제공했으나 병력을 보내진 않았다.
28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존 힐리 영국 국방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군대 훈련을 위해 영국군을 파견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뜻을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힐리 장관은 또 우크라이나에 드론(무인기), 포탄, 방공 무기 체계 등 2억2500만파운드(약 4116억원) 상당의 군사 지원을 추가로 약속했다.
영국은 지난 보리스 존슨 내각 시절부터 우크라이나 신병들을 영국으로 데려와 기본 군사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빠른 속도로 진격하며 더 많은 영토를 빼앗는 등 상황이 다급해진 가운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영국에서의 훈련 대신 영국군이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훈련을 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필요성을 언급하며 유럽 국가들이 일종의 ‘국제 평화유지군’을 구성해 휴전 조건의 이행 여부를 감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화유지군 파병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유럽의 나토 회원국으로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이번에 영국이 밝힌 군대 파견은 평화유지군과는 직접 관계가 없고 우크라이나군의 훈련이 주된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 대선 선거운동 기간 내내 “내가 당선되면 취임 후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지난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대화를 나눴으나 상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기자회견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싸움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을 뿐 구체적 해법을 내놓지는 않았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오는 1월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중단하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힐리 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당분간 트럼프 당선인의 평화 계획을 지켜볼 것”이라며 “다만 전투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