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된 북한군 관련 국가정보원의 국회 보고는 탁 트인 개활지에서 북한군이 사실상 러시아군을 위한 ‘총알받이’로 전락했음을 추정케 한다. 또 북한군이 현대전의 핵심 전력으로 급부상한 무인기(드론)에 무지해 러시아 측 전력 강화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드론에 공포심을 느끼는 북한군이 교전이 아닌 훈련 상황에서조차 사상자를 내자 러시아에서조차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게 국정원의 판단이다.
◆“북한군, 오히려 짐 돼”
북한군은 현지 적응 훈련을 거쳐 이달부터 전장에 투입됐다. 이 때문에 국정원은 북한군의 교전 횟수가 많지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최소 100여명의 사망자, 10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원인은 현지 지형지물에 대한 낯섦, 드론에 대한 지식 부족이라는 것이 국정원의 판단이다.
국정원은 “개활지라는 낯선 전장 환경에서 북한군이 전선 돌격대 역할로 소모되고 있고, 드론 공격에 대한 대응 능력이 부족하다”며 “러시아군에서도 ‘북한군이 드론에 무지해 오히려 짐이 된다’는 불평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드론 공격 및 훈련 중 사고로 고위급을 포함한 수명의 북한군 사상자가 이미 발생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북·러 밀착 기조에 따른 북한군 추가 파병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정원은 추가 파병 규모에 대해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파병 여력은 충분하다. 폭풍군단은 10개 여단, 4만6000명 규모다. (기존 파병한) 1만1000명을 고려해도 추가 파병 여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 재래식 무기 현대화 등 러시아의 반대급부 제공을 예상한다”고 했다. 러시아가 북한군 사망자의 얼굴을 소각해 신원 파악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선 “사실 확인 중”이라며 “종합적인 정보 확인이 필요한 단계”라고 말을 아꼈다.
◆드론에 겁먹어 멍하기도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에 큰 피해를 본 북한군은 급히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8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GUR)은 전날 “심각한 피해를 본 이후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드론을 포착하기 위해 감시초소를 추가로 설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공개한 ‘1인칭 시점 드론’(FPV) 영상에는 북한 병사들이 계속 쫓아오는 드론에 차례로 정조준당하자 겁에 질린 표정으로 멍하니 쳐다보는 장면 등이 담겼다.
GUR은 또 북한군이 공격을 개시하기 전에 20∼30명 단위로 모이고, 이후 최대 6명의 소규모 단위로 분산해 집결지로 이동한다고 전했다. 피아 식별을 위해서는 빨간색 띠를 이용한다고 한다. 이는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모습이라며 텔레그램에 공개한 영상 속 병사들의 모습과도 부합한다.
GUR은 북한군의 피해 상황과 관련해 모스크바 인근의 한 병원 간호사와 전선에 배치된 병사인 남편 간 통화 내용을 도청했다며 그 내용도 공개했다. 통화에서 간호사는 이틀 사이에 200명이 넘는 북한군 부상병이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특정 병동을 비워두고 있다며 “그들이 엘리트 군인들이냐”고 불만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