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 요구에도 버티는 尹… 체포 영장 청구될까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소환 조사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공수처로 일원화되면서 향후 수사에 속도가 불을 것이란 관측 속에 윤 대통령이 소환 조사에 불응할 경우 강제수사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한남동 관저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공수처는 내란 및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게 금명간 2차 소환통보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이날 내부 협의를 마친 뒤 공수처 명의로 2차 소환통보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공조본은 전날까지 출석하라고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16일 공조본이 대통령실과 관저로 직접 출석 요구서를 들고 가고, 우편으로도 보냈으나 모두 전달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검찰의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바 있다. 검찰은 오는 21일 조사 받으라고 두 번째 출석요구서를 보낸 상태다.

 

버티기에 돌입한 윤 대통령이 2차 소환 조사에 응할지도 미지수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구성에 관여하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사기관 출석 여부에 관해 “(변호인단) 구성이 다 마쳐지면 국민 여러분이 알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석 변호사는 “법적 시비에 대해서는 분명하고 당당한 입장을 갖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해선 강력하게 부인했다. 내란 혐의에 대해 수사 과정은 물론 법정까지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사안의 중대성이 큰 만큼 윤 대통령을 향한 강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수처도 윤 대통령이 소환 조사에 재차 응하지 않을 경우 법원으로부터 체포 영장을 발부받는 방안도 강력히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수사진하고 협의해서 체포 영장에 의하는 것이 가장 적법 절차에 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에 따라서 요건이 되는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비상계엄 사태 관련 현안질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윤 대통령이 조사를 미룰 명분도 사라졌다. 그동안 검찰과 공조본의 ‘이중 수사’를 문제 삼아 조사를 미뤘지만, 공수처로 수사가 일원화됐기 때문이다. 전날 공수처와 검찰은 사건이첩 협의를 통해 기관별 수사대상을 명확히 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계엄군 사령관들, 경찰 특수단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관계자와 일명 ‘햄버거 회동’으로 내란 비선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을 수사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의자가 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상 피의자가 2∼3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 체포 영장을 청구해 왔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수사 관행에 비춰봐도 (윤 대통령이) 자진 출석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면서도 “만일 계속 불응할 경우 사태의 중대성을 봤을 때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적법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 국민 정서에도 그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환 대신 방문 조사를 하는 것도 일종의 특권이다. 경호처는 법원에서 발부한 체포 영장 집행을 막을 권한이 없다. 방해할 경우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한다”며 “주요 내란 관련자들은 다 구속됐다. 계엄을 최종 승인하고 명령한 대통령이 관저에서 버티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관계자가 지난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민원실을 나서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이날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경호처가 진입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비화폰 관련 서버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대통령 강제 조사라는 초유의 일이 쉽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일반적인 경우 2∼3회 조사에 불응하면 체포 영장에 따르긴 하는데, 대통령은 워낙 특수한 신분인 데다 출석을 거부하는 건 초유의 일인 만큼 수사기관이 결단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강제 수사를 위해선 법리 검토와 함께 사실관계도 명확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란죄는 목적범이라서 윤 대통령이 국헌을 문란할 목적이 있었는지도 살펴야 한다. 내란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최후의 수단인 체포 영장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현재 윤 대통령 측이 내란 혐의를 부인하며 따지는 상황에서 영장이 나오는 건 어려워 보인다.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다”며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데, 국격에도 심각한 손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내란에 해당한다는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때 최후로 고려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등 계엄 사태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이날 마지막으로 조사한 뒤 20일 검찰로 송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