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당국자 “中이 핵무기 늘리면 우리도 늘릴 수 있어”

미국 백악관 당국자는 중국이 핵무기 보유고를 현 추세대로 계속 늘리면 미국도 핵무기 증강 배치에 나서는 것이 불가피한 수순일 수 있다고 밝혔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이 ‘바이든 행정부 대량살상무기(WMD) 정책 최근 동향’을 주제로 개최한 대담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파이너 부보좌관은 “중국과 같은 나라들이 계속 핵무기 보유고와 배치 규모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미국도 (핵무기) 배치에서 변화를 가하는 것이 이성적일 뿐 아니라 필수적인 때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나는 이들 도전에 대한 대응을 다음 정부(다음달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맡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국방부는 전날 ‘2024 중국 군사력 보고서’를 공개하고 중국이 2024년 중반까지 운용 가능한 핵탄두를 600개 이상 보유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중국이 2030년까지는 1000개가 넘는 핵탄두를 보유하고 최소 2035년까지는 핵전력을 확대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 국방부는 매년 중국 군사력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지난해에는 중국이 2023년 5월 기준 핵탄두를 500개 이상 보유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국방부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극초음속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0년간 재래식 및 핵탄두를 탑재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발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2023년 중국군 내 고위지도부의 만연한 부패가 드러났고 이 문제가 중국군이 설정한 현대화 목표를 진전시키는 것을 방해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하반기에만 리상푸(李尙福) 국방부장 등 최소 15명의 군 고위급과 방위산업 경영자가 부패 혐의로 숙청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부패 문제가 중국군 모든 부분에서 발견됐으며 군 고위급에 대한 중국정권의 신뢰를 흔들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국방부는 중국이 북한, 러시아와 협력하면서도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강화를 북·러 양자 현안으로 규정하고 공개적으로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북·러 협력과 연관될 경우 중국이 원하는 책임 있는 대국으로의 평판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패권 유지를 위해 중국을 ‘위협’으로 규정한다는 종전 비난 입장을 재확인했다. 린젠(林劍)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이 보고서는 이전의 유사한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편견으로 가득한 채 중국위협론을 유포하는데, 이는 자신의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핑계를 찾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년 이런 무책임한 보고서를 내는 것을 중단하고, 실제 행동으로 중·미 양국과 양국 군 관계의 안정을 지키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