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년이’의 모델이 된 원로 여성국극 배우 이옥천(78)이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19일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 드라마 ‘정년이’ 속 캐릭터의 실존 인물로 여성국극 배우이자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2호 판소리 예능 보유자인 이옥천이 출연했다.
어린 시절 남다른 끼를 보였던 이옥천은 9세에 판소리를 시작, 17세에 여성 국극에 입문했다. 지난 60년간 남자 역을 맡아온 그는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고, 1950년대 후반 여성 국극 부흥을 이끌었다.
이옥천은 “(소리를 배운다니까) 우리 아버지 큰일 난 줄 알고 우리 어머니랑 싸웠다. ‘어디 뭐 애를 기생을 시키려 그러냐. 웬 국악이냐’ 난리가 났다. 제가 이제 한번 배워보고 빠졌다. 제 말은 (아버지가) 들어주시니까 떼를 부렸다”고 당시의 갈등을 전했다.
당시 여성국극의 선구자 임춘앵의 공연을 봤다는 이옥천. 그는“연극하는 걸 보고 반했다. ‘나도 빨리 장성하면 저런 멋있는 남자가 될 거야’ 하며 공부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예술제 발표를 방자전을 꾸며서 했는데 중학생들이 다 나보고 반했다. 학교만 뜨면 ‘언니~’'했다”며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여대생이 결혼하자며 쫓아온 적도 있다고.
이옥천은 최근 드라마 ‘정년이’로 식었던 여성국극의 인기가 되살아났으며, 어린 아이들까지 전통 예술을 배우기 위해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어린 애들이 재주들이 있어서 잘한다. 재주 있는 놈을 키워놓으면 우리 여성국극에 많은 배우가 있는 게 아니니까 좀 힘이 되지 않을까. ‘나 죽기 전에는 (후계자를) 만들어야 할 텐데’ 라는 생각에 애착이 간다”고 후배 양성 의지를 보였다.
78세 나이로 한 번도 결혼을 하지 않은 이옥천. 그는 “결혼 두 번이나 한 사람이다. 하나는 판소리, 둘째는 각시이자 애첩이 여성국극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제가 이렇게 남자 같은데 시집을 간들 여자의 도리를 할 수도 없을 텐데. 후회도 없고 (결혼해서) 살면 아기자기한 재미도 있었겠지만 그런 생각은 안 하고 ‘내 공부만 해야겠다’ 다짐했다”고 결혼하지 않은 이유를 전했다.
여성국극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시키려 힘 쓰고 있다는 그는 “죽어도 살아도 무대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 그렇죠”며 여전한 열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