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노쇼’(No-Show)는 오기로 한 사람이 예약이나 약속을 취소하지 않고 그냥 나타나지 않는 일을 뜻한다. 음식점에서 종종 일어나곤 한다. 최근 충북 충주에서는 1개월 동안 5개 식당에서 노쇼에 따른 피해가 발생했다. ‘김 중사’를 자처하는 인물이 전화로 “50인분의 단체 음식을 포장해달라”고 예약한 뒤 정작 가게에 오지 않은 것이다. 식재료까지 새로 구매해 정성껏 요리한 뒤 도시락 형태로 만들어 놓은 해당 음식점 주인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요리와 포장에 든 시간도 아깝지만 엄청난 양의 음식을 다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바람에 가게당 40만∼5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펴낸 보고서를 보면 음식점, 미용실 등 국내 5대 서비스 업종에서 노쇼로 인한 매출 손실은 해마다 4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당 말고 병원, 미용실, 고속버스 터미널, 공연장 등도 노쇼의 해악이 심각하다. 진료를 예약한 환자가 정해진 시간까지 병원에 오지 않으면 담당 의사도 맥이 풀리겠으나, 정작 그로 인해 예약을 놓친 더 위중한 환자의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인가. 고향 집에서 다급한 연락을 받고 터미널에 갔다가 고속버스 표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른 시민 입장에선 만석이라던 버스가 정작 빈자리가 여럿인 채 출발했다면 얼마나 부아가 치밀어 오르겠나.
이처럼 노쇼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고 서비스 제공자의 생계는 물론 다른 잠재적 서비스 이용자들의 권익까지 짓밟는 악질 범죄다. 문제는 그 처벌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이론상 가능하긴 하다.
법원에서 인정되면 5년 이하 징역형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다. 문제는 노쇼를 저지른 당사자가 처음부터 업무방해를 할 작정으로 그런 짓을 했다는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무척 까다롭다는 점이다. “그냥 장난으로 해본 일”이라며 사과하거나 “예약을 한 것은 맞으나 그 뒤 중대한 사정 변경으로 도저히 이행할 수 없었다”라는 식으로 발뺌하면 대응이 곤란한 게 현실이다.
지난 18일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심판 사건 첫 변론준비기일이 열렸으나 정작 탄핵을 청구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청래 위원장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그 대리인까지 단 한 명도 심판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심리를 맡은 김복형 헌법재판관이 변론준비기일을 오는 1월8일로 연기하면서 재판은 겨우 3분 만에 끝이 났다. 헌재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노쇼라고 하겠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 주도의 검사 탄핵소추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언제, 무엇을, 왜 했는지 벌써 잊어버린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