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라파워 SMR에 투자·제작 참여하는 韓 기업들 왜?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4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사인 테라파워에 한국 기업들이 잇따라 손을 잡고 있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SMR의 성장 가능성에 일찍부터 참여해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테라파워와 가장 긴밀한 기업은 SK가 대표적이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선도 투자자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진행한 테라파워 4세대 SMR 실증단지 착공식에 유정준 SK온 부회장 겸 SK아메리카스 대표, 김무환 SK㈜ 그린부문장 등도 참석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테라파워에 약 4000만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이 테라파워 투자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전해졌다. 국내 에너지 공기업이 SMR 개발사에 투자한 첫 사례로, 다양한 원전 수출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SMR 건설에도 한국 기업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테라파워와 SMR 주기기 제작성 검토 등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 초도 호기 SMR 기자재의 제작 가능성을 검토하고, 설계 지원 용역을 수행한다. 내년부터는 원자로 보호 용기, 원자로 지지구조물, 노심 동체 구조물 등 주기기 3종에 대한 제작에 착수한다. 

 

HD현대는 테라파워 SMR의 원통형 원자로 용기 제작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원자로 용기는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는 노심을 격납하고 고온·저압 상태의 냉각재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SFR 핵심 설비다. HD현대중공업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한국형 핵융합연구장치(KSTAR)의 진공 용기를 개발·제작하며 쌓았던 노하우를 이번 프로젝트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기업을이 테라파워와 협력하는 것은 SMR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전기출력이 300㎿급 이하인 소형 원전인 SMR는 인공지능(AI) 확산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전력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대된다. 수요지와 가까운 곳에, 단시간에 설치할 수 있어서다.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마켓츠는 글로벌 SMR 시장이 올해 58억7300만달러에서 2030년이면 67억86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테라파워는 2006년 빌 게이츠가 설립한 기업이다. 차세대 SMR 상용화 기술 중 하나인 소듐냉각고속로(SFR) 노형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원자로는 열을 식힐 때 물을 사용하는데, SFR는 냉각재로 액체 나트륨을 사용한다. 액체 나트륨은 끓는 점이 880도로 물(100도)보다 높아 더 많은 열을 흡수하면서 발전 출력을 높일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사용후핵연료도 기존의 10%대로 줄어든다. 

 

테라파워의 SFR 개발에는 최대 40억달러가 투입되며, 이중 절반은 미 에너지부(DOE)에서 지원한다. 2030년까지 SMR 실증단지를 완공하고 상업운전까지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화력발전소 대체를 위해 SMR를 주목하고 정부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언젠가 올 SMR 시대 테라파워가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며 투자와 협력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