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만난 여성을 강간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남성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해 여성이 사건 당시 입었던 옷 등에서 남성의 DNA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이같이 판시했다.
부산고등법원 제2형사부는 20일 강간·강간미수 혐의를 받는 30대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지난 2022년 발생했다. 당시 A씨는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여성 B씨를 알게 됐다.
A씨는 처음 만난 B씨를 한차례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며칠 뒤 또다시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혐의를 부인했다. 피해자와 합의하에 스킨십을 했으며, 강간하려거나 실제 강간을 한 사실은 없다는 것이다.
앞서 1심에서 B씨는 지인들에게 "A씨의 몸에 올라타 신체 접촉을 한 것 같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강간을 당했다면서도 남성 몸에 올라타 신체 접촉을 한 것이다. 또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 진술에 일관성이 없었다.
재판부는 “이런 내용 등을 보면, 실제 강간 행위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결국 1심 재판부는 지난 5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가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번복한 바 있는데, 이는 사건 발생 일자와 근접한 시점에 행해진 최초 진술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변경하는 것이어서 있는 그대로 믿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검찰은 사실오인을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2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이 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해 수긍이 간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당시 입었던 바지와 속옷에서도 남성 DNA는 발견되지 않았는데, 이것만으로 성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나 앞서 본 여러 사정과 종합해보면 위 결과 역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하는 사정으로 볼 수 있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A씨 측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대륜 장호철 변호사는 이 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직접증거인 상황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할 경우, 피해 진술은 진실성과 정확성에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피해자가 자주 진술을 번복했고 주변인들 또한 피해자 주장과 반대되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며 "재판부 역시 이러한 점을 반영해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