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가 10만8000달러선을 넘은 비트코인이 3일 만에 다시 9만2175달러까지 내려왔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비트코인 보유 불가’ 발언에 이어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겹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비트코인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가운데 내년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을까하는 기대와 우려가 혼재하는 상황이다.
20일 가상자산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7일 최고가 10만8268달러를 찍은 뒤 이날 오후 9시쯤 9만2175달러로 14.9% 급락했다. 오후 10시40분쯤엔 9만5000달러선으로 반등한 뒤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의 상승과 하락모두 미국이 주도했다. 비트코인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을 석유와 유사한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구축할 것이라는 발언 이후 급등세를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가상자산을 수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가상자산을 통해 큰일을 해내겠다”고 투심을 부추겼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이 같은 발언에 제동을 걸었다. 파월 의장은 비트코인의 전략적 비축에 대해 “우리는 비트코인을 보유할 수 없다”며 “관련 정책이 바뀌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트럼프와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연준의 내년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지난 9월 4회에서 2회로 줄이겠다고 예고하면서 가상자산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켰다.
가상자산 시장의 큰손인 미국의 정책적 움직임이 내년 비트코인 가격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가상자산 정책들이 난관에 부딪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여기에 미국이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한 배경인 내년 경기침체 우려도 비트코인 투자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의 제이슨 소멘사토 북미 공공정책 총괄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규모 정책 변화의 실행은 전환 과정의 역학과 예산 편성 문제로 인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은행 규제 당국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은 규제된 금융 기관(FIs)이 가상자산에 참여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예상되며 집행 중심의 규제는 줄어들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비트코인에 대한 수급은 줄어들고 있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강한 시장 변동성에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8일까지 순유입을 유지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매입하고 있는 미국의 데이터분석업체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나스닥100에 편입되면서 나스닥100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에 투자하는 자금도 비트코인에 흘러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국내 투자자들의 가상자산 수요도 늘고 있다. 국내외 가상자산 가격차를 나타내는 김치프리미엄은 최근 3~4%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국내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가 이어지며 비트코인의 통화 헤지(위험회피) 기능이 부각됐다”며 “통화의 구조적인 약세가 이어지는 기타 국가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은 ‘2025년 가상자산 시장전망’에서 내년 비트코인이 16만~17만달러까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민승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초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서 기관들의 참여가 가속화됐고 전통 금융시장과 접점이 강화돼 비트코인이 새로운 주류자산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는 전통 금융 시장과의 연관성을 강화해 주식 시장과의 동조 현상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