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가 심상치 않다.
식품업체들이 원부자재 가격 인상과 환율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 조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탄핵 등으로 혼란한 정국 속에서 정부 눈치를 덜 볼 수도 있다는 점도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동아오츠카는 내년 1월부터 포카리스웨트, 나랑드사이다, 오란씨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00원 인상한다. 올해 가격 인상을 검토했으나 소비자 부담 최소화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인상 시기를 늦췄다는 입장이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 및 물류비용 증가 등 외부 요인이 지속돼 가격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도 프렌치카페 등 스틱커피 출고가를 9.5% 상향 조정했다. 커피 원두를 비롯한 야자경화유, 설탕 등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 영향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로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이 밖에 오리온은 이달 초코송이, 오징어땅콩 등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고, 해태제과도 홈런볼, 포키 등 10개 제품 가격을 평균 8.6% 올렸다.
앞서 동서식품은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커피음료 등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다.
최근 원부자재 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식품업체의 도미노 가격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달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NYBOT)에서 거래된 코코아 선물 평균 가격은 t당 1만372.42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41.4% 급등했다. 같은 기간 로부스터 커피는 t당 5038.25달러로 77.8% 뛰었다.
신선식품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겨울철에 즐겨 먹는 감귤과 딸기 가격이 지난해보다 10% 넘게 올랐다. 감귤(노지) 평균 소매가격은 10개에 4265원으로, 1년 전보다 18% 비싸다. 최근 3년 평균 가격(2907원)과 비교하면 47% 높다.
딸기의 경우 평균 소매가격은 100g에 2532원으로 1년 전보다 14% 비싸고 평년보다 24% 올랐다.
배추는 1포기에 4491원으로 전년 대비 55% 급등했다. 평년 대비 38% 높은 가격이다. 겨울이 제철인 당근도 1㎏당 6377원으로 1년 전보다 77%, 평년 대비 61% 뛰었다. 무도 개당 가격이 3041원으로 1년 전보다 2배 가까이(90%) 비싸다.
업계 관계자는 “원화 환율이 오르면 해외 원료 의존도가 높은 내수 기업들에는 치명타가 된다”며 “수입 물가 상승은 결국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장기 침체의 내수 시장은 더 안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20일 달러 대비 환율은 이틀 연속 1450원대를 유지한 1451.4원에 마감했다. 한국 경제에서 ‘1450원대 환율’은 IMF 외환 위기(1997년 11월~1998년 3월), 글로벌 금융 위기(2008년 11월~2009년 3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로, 15년 9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