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 내란공범’은 되고 ‘이재명은 안 돼’는 안 되는 이유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에 불참한 국회의원을 ‘내란공범’이라 표현하는 현수막은 되지만, ‘이재명은 안 된다’고 쓴 현수막은 안 된다. 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원칙에 따른 판단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수영구에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현수막을 게재하려다 선관위에 의해 막혔다. 

 

선관위가 이를 불허한 이유는 해당 문구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봐서다. 공직선거법 254조는 특정 후보의 당선 또는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후보자 혹은 후보가 되고자 하는 자에게 적용되는 이 법이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은 현 상황에서 야권 유력 후보인 이 대표에게 해당된다는 판단이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9일 자신의 지역구에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 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게시하려다 중앙선관위로부터 불허 통보를 받은 뒤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특히 이 문구는 특정인에 대한 직접적인 반대를 적시하고 있으며, 이런 내용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편파적으로 하는 게 전혀 아니다”라며 “예를 들어 ‘한동훈은 안 됩니다’, ‘오세훈은 안 됩니다’ 역시 동일하게 (불허한다)”고 했다.

 

이와 비교해 “‘이재명 방탄, 재명아 감방가자, 구속하라’ 등의 문구는 가능하다”고 선관위는 부연했다. 앞서 조국혁신당이 정 의원 지역구에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정연욱도 내란공범이다’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 수 있었던 건 그래서다.

 

선관위는 “‘내란공범’은 단순한 정치적 구호로, 직접적인 선거운동에 이르지 않아서 제한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을 내란공범이라 쓴 현수막에 대한 맞불성으로 이 대표를 겨냥한 현수막을 준비했다가 ‘사전선거운동’으로 판단돼 불허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정 의원은 이중잣대라며 반발했다.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현령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선관위”라며 선관위가 현수막 게시를 계속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관위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기준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치인 관련 현수막 게첩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내로남불', '위선'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제작했는데 선관위는 이 문구가 민주당을 연상시킨다며 금지했다. 반면 당시 민주당의 선거 기호인 1번을 연상시켜 논란이 된 TBS의 '#1합시다' 캠페인은 사전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선관위 제재를 받지 않았다.

 

2022년 대선 때는 민주당이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겨냥한듯 '술과 주술에 빠진 대통령' 등의 문구로 제작한 현수막 사용이 허가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2021년과 2022년 선거에서 현수막 문구 허용 기준이 달랐던 것과 관련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표현을 제한하는 선거법 제90조에 따른 조치였다"며 "2022년 대선 때는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자는 취지로 여야 모두 동일한 수준의 표현들이 허용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