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부산 중구… 출산율 4배 차이 왜?

행정硏, 지자체별 영향 분석

인구 밀도 낮고 초혼 빠를수록 높아
청년 유출 영향 지역 소멸 위기도
수도권, 경쟁·경제 부담에 최저 수준
지역 따라 출산율 결정 요인 달라
“특성 분석 맞춤형 출산 정책 필요”

부산, 인구정책 평가 체계 전면 개편

지난해 기준 전국 시·도 합계출산율은 전남과 세종이 0.97명으로 가장 높았고, 서울·부산·인천은 각각 0.55명, 0.66명, 0.69명으로 낮은 축에 속했다. 시·군·구별 합계출산율 격차는 더 극명하다. 전남 영광군의 합계출산율은 1.65명인 반면 부산 중구는 0.32명으로 약 4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이는 지역별 합계출산율의 차이가 단순한 통계적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지역 특성에 따라 출산율 결정 요인이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행정연구원은 최근 지역 출산율 변화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기초자치단체별 출산율 유형과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22일 보고서에 따르면 초저출산 시대 대응을 위해서는 ‘지역별 합계출산율’을 유형화하고, 지역 맞춤형 출산정책 수립을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지역별 합계출산율에 기초한 기존 접근법은 행정·재정적 정책과 경제적·사회적 요인 및 문화·복지·교육 등의 요인을 독립적으로 분석하지 못하고 합계출산율의 영향요인과 상호작용 간 복합적인 관계를 반영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행정연은 이번 보고서에서 전국 226개 시·군·구를 분석 단위로 설정하고, 합계출산율 영향요인을 △인구학적 특성 △경제적 특성 △교육 및 보육 특성 △거주환경 △의료 및 문화기반 특성으로 나누고 세분화했다. 이들 영향요인별 합계출산율 특징과 인구 감소 사이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출산율 잠재력이 높은 지역은 낮은 인구밀도와 빠른 초혼 연령으로 인해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지만 청년 유출과 정주여건 부족으로 지역소멸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농·산·어촌 중심의 지방소멸 고위험지역은 높은 출산율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지역 기반시설 및 생활여건으로 지속적인 인구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 수도권은 지속적인 인구 유입에도 높은 경쟁압력과 경제적 부담으로 결혼 및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고, 광역시의 경우 고용 및 문화기반 부족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적 자립과 인구 정착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한편 광역시임에도 지역소멸 기초자치단체가 많은 부산시는 최근 인구정책위원회를 열고 ‘인구영향평가’ 체계개선 방안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인구영향평가는 정책계획 및 사업 등을 수립하거나 시행하는 과정에서 그 정책이 지역의 인구구조와 시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영향을 예측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제도다.

시의 여러 인구정책 가운데 난임 지원 사업과 부산 청년 일하는 기쁨카드 사업, 부산형 산후조리비 지원 사업 등 정책수혜자의 체감도가 높은 사업들이 인구영향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고령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특화 산업 육성, 노인 복지 기반 시설 확충 등 지속 가능한 복지정책과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세대 간 상생 방안을 담은 통합형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시는 이번 평가 결과에 따라 출산율 제고·청년 유입·고령화 대응·주거 안정 등 소관 부서별로 성과가 높은 사업은 확대하고, 실효성이 낮은 사업은 보완 방안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