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정협의체 출범 시급한데 ‘특검’ 힘겨루기나 할 때인가

野 “24일이 시한” 韓대행 탄핵 겁박
與 “국정과 여당 마비시키려는 속셈”
민생과 안보 빈틈 없게 머리 맞대길

12·3 비상계엄으로 빚어진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여·야·정 국정협의체 출범이 임박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어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즉시 만나자”고 제안했다. 그는 논란이 된 참여 주체와 관련해 “당대표, 원내대표가 참석하는지는 만나서 논의할 일이지 싸울 일이 아니다”고 했다. 3주 가까이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야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국정을 협의하게 된 건 늦었지만 다행이다. 여당 입장에서 마냥 협의체 참여를 미루기 힘들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마당에 거대 야당 협조 없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어렵다.

여야가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놓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협의체 출범까지 영향을 줄까 우려스럽다. 박 원내대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까지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특검법 공포를 미루거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겁박이나 다름없다. 권 원내대표는 특검법에 대해 “경찰, 검찰, 공수처, 상설특검, 일반특검까지 5개 기관의 수사 경쟁을 부추긴다”면서 “국정과 여당을 마비시키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고 비판했다.



힘겨루기나 할 때가 아니다. 다음달 1일이 공포 및 재의요구 시한인 특검법은 여야가 왈가왈부하기보다 한 권한대행이 충분히 검토해 결정하도록 맡기는 게 옳다. 비상시국에서는 일에도 순서가 있는 법이다. 정치 불안이 경제·안보위기로 전이되는 걸 막는 게 급선무다. 공석인 국방·행정안전부 장관을 조속히 임명해 안보와 치안공백부터 해소해야 한다. 한 권한대행 자격을 문제 삼아 걸핏하면 탄핵 운운하는 건 협의체의 한 축을 무너뜨리는 자충수일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경제·외교만큼은 행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게 국회의 도리다.

여야가 주도권을 놓고 국력을 허비하기보다 민생법안부터 처리하길 바란다. 국회증언감정법과 ‘농업4법’ 등 민생 옥죄기 법안보다 반도체특별법, 인공지능(AI)기본법 등 경제살리기 법안 처리에 힘을 모아야 한다. 특검 법안의 독소조항에 대해 유연성을 발휘해서 한 권한대행의 퇴로를 열어주는 게 원내 1당의 도리다. 국민의힘도 ‘여당 프레임’에서 벗어나 야당 목소리에 귀 기울여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 국정을 수습해야 할 협의체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