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송년회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이 달은 지난달보다 매출이 40% 가량 줄었습니다. 내년 신년회 예약도 취소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기 성남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
#2. “오픈한 지 두 달도 안 됐는데 문을 닫게 생겼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송년회를 독려하는데도 고객들의 발길은 뚝 끊겼습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박모씨)
12·3 비상계엄 직후 전국 17개 시·도가 일제히 지갑을 닫았다. 비상계엄으로 민간 소비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통계청이 공개하는 속보성 데이터인 나우캐스트 지표를 보면, 이달 6일 기준 전국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전주 대비 26.3% 감소했다.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9월 20일(-26.3%) 이후 11주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이다.
특히 서울 지역 카드 이용금액이 29.3% 급감해 지난해 7월 7일(-32.2%)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대 감소세를 보였다.
전국에서 가장 감소율이 높았던 지역은 광주광역시(-35.9%)다. 이어 전북(-33.6%)·전남(-30.8%) 등 호남 지역의 감소율이 30%대로 큰 편이었다. 대구(-30.4%)의 카드 이용액도 30%대 감소했다. 감소 폭이 가장 작았던 울산의 감소율도 19.8%에 달했다.
연말인데도 불구하고 계엄 사태 때문에 소비 심리와 지출이 쪼그라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얼어붙어 있던 내수 소비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업종별로 보면 오락 스포츠·문화 분야의 카드 이용액이 전주 대비 6.7% 줄었다. 식료품·음료 분야도 6.5% 감소했다. 전국 사업체 가맹점의 카드 매출액도 전주 대비 27.4% 감소했다. 이번 계엄 사태로 특히 국민 생활과 밀접한 소상공인·자영업자 타격이 심각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1월 누적 신용카드 일평균 사용액은 2조6584억원에서 12월 1~7일 기준 2조4796억원으로 줄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급속도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연말 성수기임에도 카드 사용액 일평균이 단 7일 만에 약 1700억원 가량 줄어든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카드사용액 증가율도 11월 3.28%에서 12월 3.00%로 폭이 줄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지표로 카드 사용액을 많이 보는데 카드 사용액은 한은 생각보다 조금 떨어지고 있고, 제일 크게 변한 것이 소비심리와 경제심리지수인데 여러 불확실 때문에 급격하게 하락했다”고 했다.
내년에도 소비 위축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불확실성의 증가로 경제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 절반 이상이 내년 소비지출을 축소할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조사한 ‘2025년 국민 소비지출계획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3%가 내년 소비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가계 소비지출은 올해와 비교해 평균 1.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소비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는 ‘고환율·고물가 지속’(43.2%), ‘세금 및 공과금 부담 증가’(16.4%), ‘자산시장(부동산 등) 위축’(12.7%) 등이 지적됐다. 가계 형편이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도 42.2%를 기록해 ‘나아질 것(12.2%)이라는 응답보다 3배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