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무대… 연말이 뜨겁다

취향 따라 고르는 공연 대작 풍성

오페라 ‘투란도트’ 호연·무대연출 압권
일부 시야 방해석 등 운영 미숙 옥에 티
韓 양대 발레단은 ‘호두까기 인형’ 올려

27~28일 국립극장선 창극·판소리 선봬
안숙선 명창, 영상서 관객과 마지막 인사
뮤지컬 명작 ‘지킬 앤 하이드’도 흥행중

연말은 보통 공연계 대목이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 등과 함께 공연을 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려는 관객 발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12·3 비상계엄 사태가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어수선한 시국이지만 취향에 맞는 공연과 함께 생각을 정리해보는 게 어떨까. 관심 끄는 일부 공연을 소개한다.

 

‘어게인 2024 투란도트’

초대형 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

이 작품은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D홀 특설무대에서 지난 22일 개막한 오페라다. 중국의 거장 영화감독 장이머우 연출로 2003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나흘 동안 11만 관객을 동원하며 야외 오페라 흥행을 이끌었던 ‘투란도트’ 공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취지로 제작돼 31일까지 공연한다. 푸치니 유작인 ‘투란도트’는 칼라프 왕자가 냉혈한 같은 권력자 투란도트 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목숨을 건 세 가지 수수께끼 풀이에 성공하고 마침내 투란도트도 사랑에 눈뜨는 과정을 다룬다. 칼라프 아리아 ‘네순 도르마(잠들지 말라)’는 명곡 중 명곡이다.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 마리아 굴레기나,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 플라시도 도밍고(지휘) 등 세계적 성악가와 지휘자들이 함께한다.

 

개막 공연에선 아스믹 그리고리안(투란도트 역)과 유시프 에이바조프(칼라프 왕자 역), 소프라노 줄리아나 그리고리안(류 역)이 아르헨티나 출신 호세 쿠라가 이끈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나무랄 데 없는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아스믹은 현존 최고의 디바로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가창력과 연기력 모두 출중했다. 가로 45m(양쪽 여유 공간 포함 시 85m), 높이 17m에 달하는 대형 무대 세트와 극 흐름에 따라 다채롭게 바뀌며 무대를 감싸는 LED 기술은 웅장함과 생동감을 선사했다.



다만 운영 미숙으로 일부 관객 좌석이 바뀌고 입장이 지연돼 20여분 늦게 시작하는 등 첫날 공연은 진통 끝에 막이 올랐다. 공연 중에는 무대 전면 양쪽에 자리한 두 개의 큰 기둥이 좌우 측 좌석 상당수 관객의 시야를 가려 불만을 샀다. 값이 30만원, 50만원 하는 자리라 분통을 터뜨리는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시야 방해석을 최소화하는 조치가 시급해 보였다.

앞서 개막 직전 연출과 제작사 측이 관계가 파탄 나 서로 비난하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지며 공연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연말은 가족, 친구, 연인 등과 함께 좋아하는 공연을 즐기며 한 해를 마무리하려는 관객이 많아 공연계 성수기다.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 국립발레단 제공

연말 단골 발레 ‘호두까기 인형’

국내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은 연말에 가장 사랑받는 작품 ‘호두까기 인형’을 각각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25일까지)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30일까지)에서 공연한다.

‘호두까기 인형’은 발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짝으로 꼽히는 차이콥스키(작곡)와 마리우스 프티파(안무)의 대표작이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은 소녀가 꿈속에서 저주가 풀린 호두 왕자를 만나 펼쳐지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국립발레단은 볼쇼이발레단에서 30년 넘게 예술감독을 역임한 거장 유리 그리고로비치 안무작을, 유니버설발레단은 차이콥스키 음악을 가장 생동감 있게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는 마린스키발레단의 바실리 바이노넨 안무작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 소녀 이름과 호두까기 인형이 다른 점 등 두 발레단의 차이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다.

안숙선 명창의 ‘송년판소리’(2023년) 공연 장면. 국립극장 제공

안숙선 대명창의 마지막 ‘송년판소리’

국립극장은 28일 달오름극장에서 안숙선 명창이 제자들과 함께 판소리 다섯 바탕의 주요 눈대목(두드러지는 장면)을 들려주는 ‘송년판소리’를 공연한다. 안 명창은 2010년부터 매년 이 무대에 섰지만 올해는 직접 참여하지 않고 소리하는 모습을 담은 홀로그램으로 관객과 만난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선생님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며 “올해를 끝으로 ‘안숙선의 송년판소리’는 볼 수 없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창극단은 ‘송년판소리’ 전날인 27일 같은 장소에서 판소리 ‘수궁가’를 주제로 한 창극 콘서트 ‘토선생, 용궁가다’를 선보인다. 토끼 역 김준수, 자라 역 유태평양, 용왕 역 이광복 등 국립창극단 간판 단원들과 청년교육단원 48명이 출연한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오디컴퍼니 제공

◆초연 20주년 맞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지금 이 순간 나만의 길… 간절한 기도 절실한 기도 신이여 허락하소서.’

 

본 적이 없더라도 한 번쯤 들어는 봤을 노래 ‘지금 이 순간’으로 유명한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열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2004년 국내 초연 이후 20주년을 맞아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무대에 올랐다. 국내 누적 관객 180만명을 돌파할 만큼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명작이다. 사회 양극화가 극심했던 19세기 영국 런던을 무대로 유능한 의사이자 과학자인 헨리 지킬 박사가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을 분리하는 치료제 개발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와 프랭크 와일드혼의 명곡들, 홍광호·조정은·윤공주 등 스타 배우들의 열연 등에 힘입어 이번 시즌도 흥행 가도다. 내년 5월18일까지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