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시민단체 “철거” 市 “좌파 트집”

대구시 “조례 따른 것” 설치 강행
야권 “가처분 판단 전 추진 불법”
제막식서 보수·진보 대치하기도

대구시가 야권과 시민단체 등의 거센 반발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설치를 강행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등은 23일 오후 2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미리 제작해 둔 높이 3m짜리 박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 행사를 했다. 이날 제막 행사에는 홍 시장 등 대구지역 주요 내빈 50여명과 동상 설치를 환영하는 민간단체 회원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

 

23일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동상 제막식’에서 동상 설치 환영 시민단체 회원들이 박 전 대통령 동상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 동상은 1965년 가을 박 전 대통령이 벼를 추수하며 활짝 웃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동상 둘레석에는 ‘보릿고개 넘어온 길, 자나 깨나 농민 생각’, ‘재임 18년 동안 모내기, 벼베기를 한 해도 거르지 않은 대통령’ 등의 글귀를 새겼다. 박 전 대통령의 소박하고 서민적인 모습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시는 올 3월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 추진을 위해 조례 제정과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구성, 동상 제작 시민공모 등을 거쳤다. 홍 시장은 “이번 행사는 대구시 조례에 따른 행사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행사에 앞서 낮 12시30분부터 역 광장 인근에서는 시민단체 등이 나서 동상 설치 반대 집회를 열었다.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아직 진행 중”이라며 “시민 의사를 무시하는 동상은 철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집회 중 일부 보수 성향 시민들이 더불어민주당 측을 향해 “이재명부터 구속하라”며 고성을 질렀지만 경찰의 제재로 큰 충돌은 없었다.

23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동상 제막식' 현장에 동상 건립을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몰려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대구시당은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철도공단이 13일 대구지법에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시는 결론이 나기 전인 21일 동상을 설치했다.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홍 시장은 “2017년부터 시가 관리권을 이양받아 그간 115억원의 시비를 들여 광장을 조성했다”며 “내년 초 정산절차를 거쳐 소유권도 이전받기로 했기 때문에 좌파 세력들의 시비는 단지 트집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