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관객 안전을 위한다며 관련 조례를 근거로 내세운 경북 구미시의 가수 이승환 데뷔 35주년 기념 콘서트 취소에 김재우 더불어민주당 구미시의원이 “구미시가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걸 느꼈다”며 분노를 토해냈다.
시의회 문화환경위원장인 김 시의원은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낭만이 있는 도시, 문화가 있는 도시를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광화문에서도 보수와 진보 단체가 매주 집회를 하지만 물리적 충돌이나 대형사고가 난 적 없다”며 “시민 안전 대책을 사전에 마련하는 게 우선 책무인 구미시장의 공연 대관 취소가 시민 분열을 자초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장호 구미시장은 지난 23일 구미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과 관객의 안전을 고려해 이승환의 콘서트를 취소한다”며 “이는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운영조례 제9조에 따른다”고 알렸다. 조례 제9조는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등의 경우 시장이 예술회관 사용허가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특히 ‘사용허가 제한’ 사유로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시설 또는 설비 관리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될 때 ▲예술회관 설립 목적에 위배될 때 등을 들고 있다.
김 시장은 “지난 20일 이승환씨 측에 안전 인력 배치 계획 제출과 ‘정치적 선동 및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청했다”며 “이승환씨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첨부된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는 분명한 반대의사를 서면으로 밝혀왔다”고 말했다. 더불어 “지난 10일 이승환씨 기획사에 정치적 선동 자제를 요청했다”며 “그럼에도 이승환씨는 지난 14일 수원 공연에서 ‘탄핵이 되니 좋다’며 정치적 언급을 한 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문화예술회관의 설립 취지, 서약서 날인을 거절한 점, 예측할 수 없는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대관을 취소한다”며 밝혔고, 구미시도 기획사 ㈜하늘이엔티에 관련 공문 발송으로 대관 취소 절차를 마무리했다. 콘서트 환불 등 반환금 문제는 추후 법률 대리인 등을 통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의원은 라디오에서 “공익이라 하면 사회 전체의 이익이어야 하는데 대관 취소가 오히려 사회 전체 이익에 반한다고 본다”며 “대관 취소는 명백한 조례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그간 구미에서 있었던 여러 보수단체의 집회에서도 안전 문제는 한 번도 없었다며, 김 시의원은 ‘보수단체 반발이 콘서트를 취소할 만큼 격렬하다고 볼 수 없다는 뜻인가’라는 추가 질문에도 “전혀 그런 상황들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승환 측이 ‘정치적 선동,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포함한 서약서 서명을 거부한 데 대해서도 “공연 전에 강요했다는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본다”며 이를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시 예산으로 피해를 보상할 것인가’ 취지 질문에는 “명백한 조례 위반이어서 시 예산으로는 할 수 없다고 본다”며, “구미시장 개인의 일방적인 취소로 간주하고 대응방법을 찾아보고 있다”고 김 시의원은 덧붙였다.
민주당 경북도당은 지난 23일 논평에서 “대관 취소는 김장호 구미시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자 문화예술인에 대한 탄압”이라며 “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시민 앞에 사과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이승환도 같은 날 입장문에서 “선동의 사전적 정의는 ‘남을 부추겨 어떤 일이나 행동에 나서도록 함’인데, 저는 정치적 선동을 하지 않는다”며 “제 공연이 ‘정치적 목적’의 행사는 아니었기에 지금까지 대관에서 문제가 된 적이 없다”고 부각했다. 그리고는 “정치적 오해는 또 무엇이냐”며 “‘여러분 요즘 답답하시죠?’, ‘여러분 요즘 좀 편안하시죠?’ 어떤 말도 오해가 되는 상황이니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