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때가 되면 마음이 안 좋아져요”
1년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한 아파트 관계자는 이같이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해 성탄절의 밤 해당 아파트 3층에서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화재를 최초로 인지하고 119에 신고한 10층 주민 임모(당시 38세)씨는 자신의 가족을 먼저 대피시키고, 그 이후에는 계단을 오르내리며 이웃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리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연기에 질식해 비상계단에서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불이 난 3층 바로 위에 살았던 4층 주민 박모(당시 33세)씨는 생후 7개월 된 딸을 안고 아래로 뛰어내렸지만, 머리를 크게 다쳐 결국 목숨을 잃었다. 또 다른 20층 주민 박모씨는 화재로 인한 상해로 치료를 받던 중 지난 6월 세상을 떠났다.
기자는 화재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24일, 다시 해당 아파트를 찾았다. 평일 오전으로 주민 대부분이 출근한 시간대였지만, 단지 내에는 그날의 아픈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는 듯했다.
단지 내에서 만난 한 주민 A씨는 해당 사건에 관해 묻자 “1년이 지난 사건을 왜 취재하나요?”라며 기자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여기 계신 분들은 그날에 대해 아픔을 가지고 있어요”라며 사건이 잊히며 주민들의 상처도 아물기를 바라고 있었다.
화재로 인해 까맣게 변해버렸던 아파트 외벽은 최근 새롭게 페인트를 칠해 깨끗하고 화사한 모습으로 단장되었다. 해당 아파트의 2층 한 세대에서는 새롭게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인부들이 합판 등 공사 물품을 옮기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주민들이 새로운 시작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4층에 살았던 박씨는 아내 정모(당시 34세)씨와 7개월, 2살 아기와 함께 살고 있었다. 화재 이후 정씨는 아기들과 함께 해당 아파트를 떠났다고 전해졌다. 정씨는 화재 대피 과정에서 어깨를 다쳐 최근까지 수술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들의 전세 계약기간은 아직 남아있었지만, 슬픔을 견디기 힘들어 이사를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사 온 지 6개월 만에 화재 사건을 겪었다.
정씨는 여전히 해당 아파트 세대 집주인과 전세계약 중이었다. 화재가 발생한 집이다 보니 추후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전세보증금이 저렴하더라도 세입자들이 쉽게 계약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곧 계약기간이 만료될 예정이고, 정씨는 현재 서울을 떠나 지방에서 가족과 함께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도봉구청은 이 화재를 사회적 재난으로 판단하고, 관련 지원 조례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구호금과 장례비를 지급하였다. 구청 관계자 B씨에 따르면, 남겨진 유족에게 재난지원금과 구민 안전보험금 등을 포함해 총 7000만원 상당의 지원이 이루어졌다. B씨는 “이외에도 이재민 주거지원, 구호물품 제공, 도시락 제공, 심리상담, 의료지원, 화재 법률 지원 등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한편 화재를 발생시킨 3층 주민 김모(78)씨는 중실화·중과실치사·중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인 금고 5년을 선고받았다. 징역형과 달리 금고형은 노역을 부과하지 않는다.
김씨는 항소했고 지난달 28일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의 감식 결과가 잘못됐다”며 “화재가 난 원인이 담배꽁초가 아닌 전기적 요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