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임기 1년 남기고 탄핵” 무속인 말에… 노상원 “실제 생년월일 달라서…”

“비상계엄 가담자인 줄 미처 몰랐어요. 김용현(전 국방부장관)도 나중에 TV를 보고 알았어요.”

 

성추행 사건으로 국군 정보사령관에서 불명예 전역한 뒤 민간인 신분으로 ‘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육사 41기)씨가 수시로 찾았다는 전북 군산의 한 유명 점집 역술인이 24일 이같이 밝혔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에 모의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24일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군산시 개정면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이선진(38·여)씨는 “(노 전 정보사령관)이 2022년 2월부터 올해 초까지 줄잡아 30여 차례 찾아와 군인 등 여러 사람들의 사주를 물어봤다”며 “최근 비상계엄 이후 그가 계엄에 관여했고 의뢰한 사주도 그와 관련된 이들인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이씨가 점을 잘 본다는 소문을 듣고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사전에 예약한 뒤 점집을 방문했다. 문의한 점괘는 주로 군인들로, 사진이나 사주가 적힌 메모지를 들고 왔다고 한다.

 

이씨는 “노 전 사령관이 A4용지에 인쇄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사진을 들고 와 ‘선후배 사이’라며 소개했다”며 “‘그와 무슨 일을 만들려고 하는데, 끝까지 함께 했을 때 나를 배신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실행한 비상계엄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사전에 준비했고, 이 과정에 노 전 사령관 등이 깊숙이 개입했음을 짐작케 한다.

 

이씨는 “노 전 사령관은 처음 방문했던 2022년부터 지속해서 이들이 잘 될 사주인지를 물었다”며 “한 번에 A4 용지에 군인 10여명의 사주를 적어와 점을 봐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가을쯤에는 그가 ‘김용현씨가 가장 큰 힘이 있는 사람이고 국방부장관이 될 것이다. 이 사람이 잘 돼야 내가 복귀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그 사람과 끝까지 갈 수 있을지 운세를 봐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사주를 의뢰한 사진 속 한 인물이 국방부장관이라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TV를 보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은 육군정보학교장으로 있던 2018년 국군의 날인 10월 1일 여군 교육생을 술자리로 불러내 강제로 신체 접촉을 하고 전속 부관이 운전하는 차량에서도 성추행을 이어간 혐의 등으로 군사 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받고 불명예 전역했다. 이후 그는 점집을 차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이씨에게 “정권이 바뀌어서 옷을 벗었다. 김용현의 일이 잘 되면 서울로 간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윤 대통령과 관련한 사주에 관해서는 “임기 1년 남기고 탄핵될 것 같다고 말하니 (노 전 사령관은) ‘절대 그럴 일 없다.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탄탄하다. 외부에 공개된 (윤 대통령의) 생년월일이 실제와 다르기 때문에 탄핵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고 전했다.

 

비상계엄과 관련해서는 “그가 계엄이라는 말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고 ‘중요한 일’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최근 뉴스를 보고 나서 당시 그의 말이 계엄을 뜻했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노 전 사령관은 자신이 직접 점집을 운영하는 데도 굳이 군산까지 빈번히 찾은 이유에 대해 “노상원 씨도 사주를 아주 잘 보는데 내가 신내림을 받은 무당이라 그런 것 같다”며 “다른 사람들에 대한 사주를 자주 물었지만 함께 오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은 2년 가까이 이씨에게 명리학을 가르쳐 주고, 이씨는 노 전 사령관이 궁금해하는 이들의 점괘를 봐주며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모친이 거주하는 충남 서천도 찾아 지난해 5월부터 직접 사주에 관한 역술 강의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이달 15일 이른바 ‘햄버거 회동’을 주도하며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혐의로 노 전 사령관을 주거지인 점집에서 긴급체포해 수사를 벌인 뒤 이날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당시 그의 수첩도 압수했는데, 해당 수첩엔 ‘사살’ 표현과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표현이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