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 모두 중국 견제를 위한 ‘중국 때리기’에 한뜻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이에 대비해 미국의 동맹인 일본, 호주 등에 손을 내밀며 활로를 모색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범용 반도체)를 대상으로 불공정 무역행위 조사에 착수했다. 첨단반도체에 이어 레거시 반도체까지 파고들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20일 집권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그간 공언해 왔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근거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23일(현지시간) “중국의 반도체 지배를 위한 행위, 정책, 관행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다”며 “이는 통상법 301조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USTR는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국내·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불공정하고 비시장적 수단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기업이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낮은 가격의 반도체를 공급함으로써 미국의 경제 안보를 심각하게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무역 관련 조사는 통상 수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조사 후 결정권을 가질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중국산 반도체에 올해 1월부터 50%의 관세를 부과했고, 최근에는 중국산 태양광 웨이퍼와 폴리실리콘에도 내년부터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에 더해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 부과를 대선 공약으로 내거는 등 더욱 강력한 대(對)중 견제에 나설 것임을 시사해 왔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수출 통제를 발표하며 정권 막바지까지 중국 견제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미 상무부는 수출통제 배경에 대해 중국 공산당까지 거론하며 “중국의 군사용 반도체 능력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중국은 이에 대해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한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그간 마찰을 빚어온 일본, 호주 등 미국의 우방들과는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하며 우군 만들기에 나섰다. 이는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의 우방을 최대한 분산시키고,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2기 집권 초기에 대중 전선 약화를 꾀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는 내년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재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신문은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내년 5∼6월 일본에서 개최되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방일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이때가 중국이 수입 재개 방침을 전달하는 유력한 기회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일본이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를 시작하자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일본 외무상이 25일 중국을 방문해 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연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1년7개월 만이다. 마오 대변인은 “중국은 이와야 외무상의 이번 방문을 중시한다”며 “중국 지도자가 이와야 외무상을 만날 것”이라고 말해 중국 최고위급이 이와야 외무상을 접견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은 이달 초 마지막 남은 호주에 대한 무역 제재인 쇠고기 수입 금지 조치를 전면 해제하기도 했다. 2018년 8월 반(反)중 성향 스콧 모리슨 총리 집권 이후 4년여 간의 무역 분쟁에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중국은 2020년 5월부터 호주의 대중 수출 주력 상품인 보리·와인·랍스터·쇠고기 등의 수입을 중단하거나 관세를 대폭 올린 바 있다.